작가는 프리모 레버, 1919년 이탈리아 출생으로, 폴란드의 부나 수용소에서 10개월간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생존자입니다. 작가는 극한의 폭력에서 인간을 인간이 아닌 부품으로 취급하며 노동 가능 여부와 술수에 따라 생과 사가 매순간 바뀌는 수용소 안에서의 사회를 남의 이야기 하듯 덤덤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이고 인간성을 잃어가는 타락의 과정을 경험하며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합니다.
수용소에서는 제일 먼저 사람의 이름을 뺏습니다. 이름을 부르지 않고 숫자로 부릅니다.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말살하기 위해 이름을 뺏고, 옷을 벗깁니다. 음식과 생존이라는 단순한 신체적인 욕구만을 남겨서 인간성을 말살하고 동물화하는 것, 모욕을 주는 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을 뺏는 과정입니다. 그 속에서 형제애나 동지애는 없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고 공급받는 지하경제는 돌아갑니다. 바로 절도로, 사기로 말이죠. 또 수용소 밖의 민간인들 중에서 아직 인간으로 남아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있었습니다. 선행을 행하는 너무 자연스럽고 평범한 사람의 태도를 보면서 수용소 밖에 아직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해한 세상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믿음 덕분에 생존해야 할 가치를 찾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지금 우리는?”이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수용소 안의 사회가 오늘날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생산을 하지 못하는 인간은 사회 밖으로 밀려납니다. 사회 안에서 환대받지 못하고 인간으로서 대접을 못 받고 있습니다. 수용소를 가지 않는 대신 사회 밖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일까요?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