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해 3박 5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첫 일정으로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를 참석한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 간 반도체 협력은 앞으로 '동맹 관계'로 격상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12일 빌럼-알렉산더르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반도체 제작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독점 생산 기업인 ASML 본사를 찾는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11일 오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직전에는 네덜란드 측 F-35 전투기 2대가 영공에 진입하자 공군 1호기를 호위 비행하기도 했다.
공항에 도착한 윤 대통령 부부는 네덜란드 측 룻허 브루머라르 국왕 부관참모 겸 경호대장, 휴고 드 용어 내무부 장관, 페이터르 반 데르 플리트 주한대사, 도미니크 퀼링-바커 외교부 의전장, 에릭 페르발 국왕 부비서실장, 한스 페인하위젠 왕실 시종무관, 요세핀 마리아 반 카르네베크-타이선 왕비 지원관, 레온틴 반 덴 베르흐 국왕 전속부관 등에게 영접 받았다.
한국 측에서는 최형찬 주네덜란드 대사 부부, 윤원 한인회장이 나왔다. 윤 대통령 부부가 내린 곳에는 네덜란드 측 의장대가 도열했다. 오렌지색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윤 대통령은 검은 치마 정쟁에 회색 재킷 차림의 김 여사와 함께 손잡고 공군 1호기에서 내렸다.
윤 대통령 부부는 환영 인사와 일일이 악수한 뒤 차량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네덜란드 측 오토바이 17대가 호위했다.
1961년 수교 이후 처음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처음 네덜란드에 방문한 윤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를 찾아 "한국과 네덜란드의 교류 역사는 학교 때 배운 것처럼 매우 오래되고, 아주 깊다"며 조선시대 후기 네덜란드인 벨테브레이(한국 이름 박연), 하멜과 인연부터 언급했다. 6·25 전쟁 당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르게 한국에 군사 지원을 해준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반도체 분야"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협력은, 이제 반도체 동맹으로 관계가 격상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는 국방 안보와 같은 전략적 분야부터 시작해서 경제, 문화 교류, 첨단 과학기술 분야 교류까지 다양한 분야에 그 지평이 확대되고 있고, 이번 방문을 통해 많은 협정과 MOU들이 체결되면서 한-네덜란드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한인회가 설립된 지 50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네덜란드 동포들이 지금 경제, 과학,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주고 계신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네덜란드의 입양 동포와 차세대 한인들이 고국과의 유대를 이어나가면서 뿌리를 잊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2일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클린룸'을 둘러본다. ASML 본사를 방문하는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클린룸을 둘러보고,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와 양국 간 산업 협력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 전쟁 기념비 헌화, 국왕 내외와 친교 오찬 및 국빈 만찬 등 주요 일정도 소화한다.
윤 대통령은 13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 및 업무 오찬에서도 반도체 관련 협력을 중점 논의한다. 여기에는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 방안 논의가 포함된다. 반도체 대화체 신설, 양해각서(MOU) 체결, 공동사업 발굴 협의 등도 추진한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 기간 헤이그에 있는 '리더잘'(기사의 전당)도 방문한다. 116년 전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곳으로 당시 고종은 을사늑약 부당함에 대해 알리고자 이준·이상설·이위종 특사를 파견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초청 답례 문화 공연도 참석한 뒤 이튿날인 14일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