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8년 만의 정권 교체…K-방산 수출 계약 영향 우려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 신임 폴란드 총리가 11일(현지시간) 하원 투표 종료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가 8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우파 정권이 떠난 자리에 친 유럽연합(EU)이자 중도성향 정권이 새로 들어섰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맺은 대규모 방산 계약 철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우리 업계의 불안이 가중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폴란드가 군 현대화 계획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을 쉽게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10월 총선에서 야권연합의 승리를 이끌었던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 전 총리가 이날 하원 투표를 거쳐 차기 총리로 선출되면서 폴란드는 8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일어나게 됐다. 투스크 신임 총리는 12일 하원 표결을 통해 새로운 내각을 확정할 예정이다.

폴란드 정권 교체에 역풍을 맞게 된 것은 한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군사력 강화를 내건 폴란드는 한국과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체결했다. 자국 군사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 민족주의 성향의 정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계약이 철회될 수 있다는 주장이 폴란드 내에서 나오고 있다.

야권연합 소속으로 지난달 선출된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은 전날 현지 방송 라디오 제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정부가 서명한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그들은 10월 15일(총선) 이후 공적 자금을 지출하지 않고 정부 관리에만 집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차기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역시 “10월 15일 이후 정부가 서명한 거래는 우리의 분석·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시니아크-카미시 장관 내정자는 무기 수입 대신 자국산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의 방산계약 체결을 주도한 마리우스 블라슈차크 현 국방장관은 엑스(X)에 “코시니아크-카미시가 계약 검토를 언급한 것은 계약이 취소됐다고 발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는 한국산 장비를 자국 업계 장비로 교체하겠다고 포퓰리즘적으로 말할 것이고 결국 우린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과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문 등 구매 관련 기본 계약과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초엔 한화에어로와 3조4000억 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했다. 차기 정권의 계획대로라면 폴란드와 1차 계약을 한 한국 업체 중 2차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와 총선 후 2차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문제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우려스러운 것은 맞다. 하지만 이제 막 정권이 바뀐 것이라 특별히 현지 사정이 바뀌진 않은 상황”이라며 “현지 상황을 살피고 변화가 생기면 그에 맞춰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폴란드는 현재 군 현대화 사업을 미룰 수 없고, 계속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손바닥 뒤집듯 완전히 입장을 바꿀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