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法, 지식재산 침해사건 ‘병존 관할’ 부여 검토
기술유출 범죄 법정형 상향에도 양형기준 그대로
산업스파이, 실형 선고비율 고작 10%…엄단해야
6월 수정대상 범죄군 선정…양형기준 개정 예정
“‘연구개발비’ 손해액 포함시켜야…
美 영업비밀보호법 참고 필요 있어”
기술유출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낮은 선고형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검찰과 법원이 전문 법원에 지식재산 침해 형사사건 ‘병존(중복) 관할’을 부여하는 관할 집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허청 등과 기술유출 범죄 공조 수사는 지금처럼 전국 관할 검찰청에서 하되, 대전지방검찰청도 산업스파이 수사 및 기소권을 함께 갖게 하자는 것이다. 대전지검이 중대한 기술유출‧침해 범죄를 기소하면 1심은 대전지방법원, 2심 특허법원으로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양형 통일성을 꾀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윤용(사법연수원 35기)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12일 본지에 “현재 특허분쟁 관련 민사사건 항소심을 특허법원이 전적으로 맡고 있는데, 기술유출 범죄 형사 재판까지 특허법원에서 심리한다면 전문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광역시에 특허법원이 위치한 관계로 관내 대전지검은 2015년 11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특허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됐다. 이후 2018년 2월 전담 부서인 특허범죄조사부가 신설됐다.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는 반도체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공정 국가 핵심기술 국외유출 사건에서 3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CMP 공정은 물리적‧화학적으로 웨이퍼 표면을 평탄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또 스마트폰 소재 연성동박적층판(FCCL) 핵심 기술유출 사건에서는 5명을 기소했으며 스마트팩토리 분야 첨단기술 국외유출 사건에선 2명 구속기소, 5명 불구속 기소했다.
대전고등검찰청(임관혁 검사장)과 대전지검(박재억 검사장)은 최근 특허청‧한국과학기술원(KAIST)‧한남대와 공동으로 ‘특허소송 실무 연구회’를 열었다. 특히 이번 연구회에서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현행 양형 기준 문제점과 개선안을 집중 논의했다.
…전문자문관 제도 확대 협의 중
‘기술유출‧침해 사건에서의 양형 문제’를 검토한 김혜주(변호사시험 1회)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검사에 따르면 2019년 부정경쟁방지법상 기술유출‧침해 범죄에 관한 법정형이 △국외 유출의 경우 징역 10년 이하 → ‘15년 이하’ △국내 유출은 5년 이하 → ‘10년 이하’로 상향됐음에도, 양형 기준상 가중 구간은 국외 침해는 2~6년, 국내 침해 1~4년으로 법 개정 이전과 동일하다.
김 검사는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실형 선고비율은 10% 내외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자, 대법원은 올해 6월 제125차 양형위원회 회의에서 영업비밀 침해범죄 등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을 수정대상 범죄군으로 선정했다. 제9기 양형위원회는 양형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김 검사는 “산정이 어려운 시장교환 가격만을 영업비밀 가치로 인정하고 ‘기술개발비’는 손해액에 포함시키지 않는 우리 법원 경향과 달리, 영업비밀 가치에 ‘영업비밀 개발에 드는 연구‧설계비용 및 기타 경비’를 감안하도록 규정한 미국 영업비밀보호법(DTSA)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무상으로는 수사 과정에서 범죄로 유출된 자료 중 침해된 영업비밀을 신속히 선별하기 위해 전문자문관 제도를 확대하는 대책이 협의되고 있다. 검찰은 특허청과 협력해 특허청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 2명 △수원지검 2명 △대전지검 6명 등 주요 검찰청에 특허청 심사관 총 10명을 파견 받아 배치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이다.
임관혁(연수원 26기) 대전고검장은 “대전고‧지검은 앞으로도 특허소송 실무 연구회 활동을 비롯해 지식재산 유관기관과 지속적인 교류‧협업을 통해 협조 체제를 공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식재산권 범죄 수사 전문성과 역량을 높여 지식재산권 보호자로서 검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