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포츠 사상 총액 기준 최대 규모인 7억 달러에 계약을 했지만, 정작 오타니가 10년 동안 받는 ‘실수령액’은 약 2000만 달러(약 263억 2400만 원)에 불과한 셈이다. 오타니가 올해 LA 에인절스에서 받은 연봉 3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2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오타니는 매년 연봉 7000만 달러 중 6800만 달러를 계약 기간 종료 후에 받는 ‘전례없는 연봉 지급 유예(unprecedented deferrals)’에 동의했다. 계약 종료 이후인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무이자로 나눠 받는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서는 이같은 연봉 지급 유예 계약을 통칭 ‘디퍼 계약’ 혹은 ‘디퍼’라고 부른다. 보통 1억 달러 이상의 큰 규모 계약에선 연봉의 3분의 1 정도를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받는 조항을 넣는다. 다저스의 간판 야수인 무키 베츠도 지난 2020년 7월 12년 총액 3억6500만 달러(4803억 원) 계약을 맺으며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1500만 달러(1513억 원)를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나눠 받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하지만 오타니는 무려 연봉의 97%를 디퍼 계약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사실상 메이저리그에서 첫 사례다.
구단 입장에선 연봉을 추후에 지불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키울 수 있고, 실제로는 더 적은 돈을 쓰는 효과도 있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오타니의 계약은 이율과 화폐가치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0년 4억6000만 달러(6056억 원)다. LA 에인절스 시절 팀 동료였던 마이크 트라우트의 12년 4억2650만 달러(5616억 원)와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는 아니다.
오타니 입장에서 ‘디퍼’ 계약은 손해다. 일각에선 각종 광고와 사업을 통해 연간 5000만 달러(657억 원)를 버는 오타니가 절세 효과를 고려해 지불 유예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은 “최고 세율이 13.3%인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지 않을 때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디퍼 계약은 오타니가 다저스 구단에 먼저 제안했다. 지속적인 우승을 위한 포석이다. 이로써 다저스는 무키 베츠, 오타니, 프레디 프리드먼을 사치세 없이 보유한 팀이 됐다.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한 번도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최근 11년 연속 가을 무대에 진출했 LA 다저스는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꼽히는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이다. 디애슬레틱은 “이 계약은 다저스의 현금 운용에 유연성을 더해준다. 이에 다저스는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영입 경쟁에서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