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기 주주총회부터 기업의 의안 분석 시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 기준을 강화하는 방침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글로벌 주주총회 자문기관 머로우 소달리는 13일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미리 보는 한국 주주총회 시즌' 웹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준호 글래스루이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정성엽 머로우소달리 코리아 대표, 윤소정 한국ESG기준원 팀장,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본부장, 정원정 삼성자산운용 팀장 등이 참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기존 이사회에서 상법에 따라 대형 기업들은 이사회 내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을 경우 반대 권고를 했다"며 "앞으로는 여성 이사를 한 명 보유하더라도, 비율이 10%가 되지 않으면 반대를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이사 비율이 10%가 되지 않지만 이미 한 명은 선임된 경우에 대해서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회사가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면 무조건적인 반대는 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했다.
올해 초 한국ESG기준원에서도 성별 구성에 관한 위반이 확인된 회사는 다수 성에 해당하는 모든 이사 후보에 대해서 반대하도록 하는 권고안이 마련됐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상장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이행에 따른 처벌 규정은 없다.
윤소정 한국ESG기준원 팀장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기준)을 따라가는 게 당연히 맞지만, 한국 상장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일하게 한 명 있던 여성 이사가 결원이 생기면 이사회에서 추천해서 검증하고 뽑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내년 초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서 성다양성 관련 기준을 제정 중이다. 정원정 삼성자산운용 팀장은 "성다양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이사추천위원회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반대로 연결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지는 않다. 2~3년 정도 유예기간이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비중이 크지는 않으며, 실제로 글래스루이스가 올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이사의 비율은 8%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