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은, 금리 조기 인하 기대는 ‘제동’·고금리 기조 장기화 대비는 ‘당부’

입력 2023-12-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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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4일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美 연준 영향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기계적 연결 부적절”
통화긴축 우려에는 “금리 탓 아냐…저금리 때 부채 늘어난 영향”
고금리 장기화 관련 “기업 신용 위험 커질수도…금융회사·기업 노력해야”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전망 “내년 2월 정도까지 둔화 예상”
물가 2% 도달 시점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12월) 설명회에서 (왼쪽부터) 이주용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 최영주 시장총괄팀장이 기자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고금리 기조를 마주한 금융기관과 기업에는 자본 관리 등 노력을 당부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14일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우리(한은) 통화정책과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회의 이후 추가 금리인하 논의에 대한 기자 질문에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 작성 과정을 소개하며 “이는 (인하 논의의) 사전 토론과 같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美 연준, 금리 인하 시사…“시장 기대 변화 파악해 나갈 것”

미 연준이 긴축 정책에서 전환할 것이란 메시지를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을 당초 예상했던 내년 2분기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뉴욕 증시 마감 무렵에 연준이 내년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78% 수준으로 반영했다. 이에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덩달아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고, 한은은 기대심리가 과도하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이 부총재보는 “통화정책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국내 성장과 물가 전망이 어떻게 될 지,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고려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의 기대가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 단기적인 시장 금리 움직임만보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기대의 변화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파악하고, 기대 변화가 물가나 가계대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점검하면서 시장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유동성 확보·자본 확충 노력…가계, 부채 감축 노력해야”

한은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금융기관, 기업, 가계 모두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기관은 손실흡수능력을 갖췄을 때 대출 부실 등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고, 가계와 기업은 부채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에 대한 우려는 높은 금리 탓이 아니라 저금리 때 증가한 부채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투데이DB)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가계대출의 신규연체는 취약차주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대출의 경우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건설 및 부동산업의 연체가 꾸준히 발생함에 따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장기평균에 근접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연체율 장기평균(2012~2019년 중)은 1.27%, 기업대출 연체율 장기평균(2009~2019년 중)은 1.81%다.

이 부총재보는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꺾이는 고점 수준도 밀리는 느낌이고, 연체율 상승세는 몇 개월 정도 더 갈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매출이나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 금리가 올라가면서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고금리가 조기에 해소될 부분에 대해서 예단하기 어렵다.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커져갈 수 있다”며 “금융회사들의 손실흡수여력이 괜찮을 때 여러가지 노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에 대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겠지만 나름대로 유동성 확보 노력, 자본 확충 노력, 자구 노력을 하면서 고금리 환경을 극복해 나가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가계 측면에서 근로소득은 감소하고 이자비용 증가폭은 커지는 추세에 대해서 부채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총재보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자비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금융기관 대출의 연체나 부실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만약에 그런 것만을 고려해서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가져가면 가계부채가 크게 누증된 상태에서 낮은 금리는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며 “금리가 가계부채에 주는, 금융안정에 주는, 성장에 주는 양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홍경식 통화정책국장도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부채가 많이 늘었는데 금리가 올라서 그런 것”이라며 “부채를 안늘리고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가계부채 증가세, 당분간 명목GDP 대비 하락 기조 이어갈 것”

아울러 한은은 가계부채 둔화세가 내년 2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총재보는 “12월에는 은행 가계대출이 11월에 비해 조금 더 뚜렷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최근 10월 이후에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주택가격도 떨어지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주택시장 움직임을 반영해서 내년 2월 정도까지는 (감소 추세로) 가지 않겠냐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 이후에는 다시 앞으로 주택시장 흐름이 어떻게 될 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분간은 명목GDP 대비 떨어질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수렴되는 시기에 대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3.6%(11월 경제전망)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연간 2.6%(상반기 3.0%·하반기 2.3%), 2024년에는 연간 2.1%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이 부총재보는 “물가 전망이 여러차례 수정된 이유 중 하나가 해외 쪽에서 들어오는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어떻게 될 지 큰 영향을 받았다. 외생적인 충격을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며 “물가가 2%에 도달하는 시점을 정확하게 언제라고 하는 것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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