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44.24%·반대 55.76%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칠레 선거관리국은 이날 신헌법 제정 찬반 국민투표 결과 개표율 96.30% 단계에서 찬성 44.24%, 반대 55.76%로 집계됐다.
신헌법의 조문 가운데 낙태 불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광범위한 태아 생명권 부여, 주택보유세 폐지, 원주민 공동체 미언급 등이 논란 및 거부감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칠레에서는 2019년 10월 사회 불평등 항의 시위를 기점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피노체트 군부 독재 시절인 1980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은 시장 친화적이지만, 불평등을 조장하고 성별 및 계층 간 차별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국민 투표에서는 78%가 개헌에 찬성했다.
하지만 개헌의 벽을 넘어서기엔 쉽지 않았다. 신헌법 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지난해 9월 진보적 색채가 짙은 신헌법안을 내놨지만, 60%가 넘는 거센 반대 속에서 부결됐다. 이어 올해는 반대로 보수적 내용의 헌법안을 만들어 재도전했지만, 이번에도 과반의 표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가 세 번째 시도는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번 결과는 단기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결과는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새 헌법을 위해 거리에 나섰던 수천 명의 시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줄 것”이라고 짚었다.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칠레 국민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며 “결과가 어떻게 됐든 정부는 안보, 건강, 주택, 교육 등 국민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계속해서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