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칠레서 신헌법 국민 투표 또 부결…‘피노체트 굴레’ 못 벗어나

입력 2023-12-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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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또 개헌 좌절
찬성 44.24%·반대 55.76%

▲칠레 산티아고 북서부의 발파라이소 주민이 17일(현지시간) 군부 독재자 아구스토 피노체트 시절 제정된 헌법 대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부결을 자축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발파라이소(칠레)/로이터연합뉴스
남미 칠레에서 신헌법 초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 투표가 실시됐으나, 반대 다수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 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이 당분간 유지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칠레 선거관리국은 이날 신헌법 제정 찬반 국민투표 결과 개표율 96.30% 단계에서 찬성 44.24%, 반대 55.76%로 집계됐다.

신헌법의 조문 가운데 낙태 불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광범위한 태아 생명권 부여, 주택보유세 폐지, 원주민 공동체 미언급 등이 논란 및 거부감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칠레에서는 2019년 10월 사회 불평등 항의 시위를 기점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피노체트 군부 독재 시절인 1980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은 시장 친화적이지만, 불평등을 조장하고 성별 및 계층 간 차별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국민 투표에서는 78%가 개헌에 찬성했다.

하지만 개헌의 벽을 넘어서기엔 쉽지 않았다. 신헌법 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지난해 9월 진보적 색채가 짙은 신헌법안을 내놨지만, 60%가 넘는 거센 반대 속에서 부결됐다. 이어 올해는 반대로 보수적 내용의 헌법안을 만들어 재도전했지만, 이번에도 과반의 표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가 세 번째 시도는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번 결과는 단기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결과는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새 헌법을 위해 거리에 나섰던 수천 명의 시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줄 것”이라고 짚었다.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칠레 국민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며 “결과가 어떻게 됐든 정부는 안보, 건강, 주택, 교육 등 국민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계속해서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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