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셔먼 美 미래학자 “노년층이 경제·문화·정치의 주역” [스마트파워 시니어]③

입력 2024-01-05 06: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더 슈퍼 에이지’ 창립자 인터뷰
초고령화 韓 사회 변화 경험할 것
기업 내 유연·창의적 변화 촉구
근로시간·복지 여건 등 향상돼야

▲슈퍼 에이지 이펙트 저자인 브래들리 셔먼 작가가 이투데이와 만나 “초고령화 시대에서 노년층은 ‘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초고령화 시대에서 노년층은 ‘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주역이 될 것입니다.

미래학자 브래들리 셔먼(46)은 지난해 말 본지와 만나 “현재 미국에서는 노인들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노년층의 경제력이 많이 늘어난 현상을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셔먼은 “노년층은 대중문화부터 시작해 기업의 고용,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셔먼은 미국에서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트렌드와 관련한 조언을 하는 연구·컨설팅 회사 ‘더 수퍼 에이지(The Super Age)’의 창립자이자, 노년층이 글로벌 경제를 뒤바꿀 신(新)소비 권력으로 떠오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슈퍼 에이지 이펙트(Super Age Effect)’의 저자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인구통계학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학자이기도 하다.

셔먼은 통상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대인 ‘슈퍼에이지’라는 신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 개념에 따라 당장 2년 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한국 사회가 해결할 문제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정년 연장부터 시작해 노인 양극화, 일과 삶의 균형, 노인들을 위한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이슈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셔먼은 “한국은 미국과 비슷하게 전체 인구의 17~18%가 고령층이지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훨씬 빠르다”라며 “한국은 출산율과 이민율이 낮고, 수명이 굉장히 긴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초고령화 시대로 가면서 동시에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당장 20~30년간 고민하지 않아도 될 변화들을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산인구 된 ‘노년층’ 위해 임금·복지·근로여건↑”

▲슈퍼 에이지 이펙트 저자인 브래들리 셔먼 작가가 서울 종로구 토즈모임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셔먼의 저서 ‘슈퍼 에이지 이펙트’에 따르면 미래 사회에는 은퇴 이후 연령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더 많은 노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전 세계를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일과 삶의 균형을 적절히 배분하는 새로운 노동 시장이 개척된다는 것이다.

셔먼은 “20세기는 청년층의 인구가 많고 일자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경쟁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현재는 반대다”라며 “이제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일자리는 많기 때문에 기업들의 입장에서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이어 “노년층을 포함한 근로자들은 연봉이 증가하고, 생애주기에 따른 복지가 늘어나고,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은 현재 중장년층(미래의 노년층)에게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고 더 유연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려고 고민해야 한다”라며 “미래에는 노년층이 한 번에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일을 줄여가는 ‘유연한 은퇴’ 방식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노년층이 노동시장의 주요 인력으로 떠오르면서 맞춤형 복지도 향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셔먼은 전 세계 최초로 갱년기 여성들을 위한 복지를 도입한 ‘영국’의 사례를 제시한다. 영국 정부는 2021년 ‘범정부 폐경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하고, 중년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영국의 기업들은 갱년기 시기에 들어선 사원들에게 재택근무 허용, 탁상용 선풍기 지원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일하도록’…“韓 창의적인 변화 꾀해야”

▲슈퍼 에이지 이펙트 저자인 브래들리 셔먼 작가가 서울 종로구 토즈모임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셔먼이 말하는 미래 노동사회는 정년이 폐지된 미국 사회에서는 가능한 일이나, 한국 사회에 단번에 적용되기는 어렵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법정 정년인 60세를 연장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해묵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60세를 넘기고서도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에 따르면 정년을 훌쩍 넘긴 65~79세 고령자 중 절반 이상은 계속 일하고 싶어 하며, 실제로 5명 중 1명가량이 지난 1년간 구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셔먼은 “(미국 사회에서) 정년이 폐지된 일은 장점만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사실 정년을 두는 것 자체가 에이지즘(Ageism·연령차별)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셔먼은 이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성공의 반대되는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 빈곤율이 점점 커지는 ‘노인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2년 55.4%에서 2020년 58.6%로 증가했고, 이 같은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노인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며 미국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라며 “특히 양극화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협될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인구통계학을 이해하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면 20~30년 후에 우리가 어떤 사회에 직면할지 예측할 수 있다”라며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너무 심각해서 기후위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대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를 비롯해 서울시 차원에서도 중장년층의 인생 2막을 돕는 ‘서울런 4050’ 같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산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층의 노후설계를 위한 준비를 도울 뿐만 아니라 인생 2막을 위한 재취업도 지원하고 있다.

셔먼은 마지막으로 “미국에는 ‘발명이라는 것은 꼭 필요할 때 이뤄진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라며 “우리는 초고령화 시대를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 정부, 서울시, 재단에서 많은 것들을 하는 노력 자체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굉장히 독특한 인구 통계를 보여주는 국가로, 이 같은 구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굉장히 창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