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국내 편중 탓 사업확장 부진
4대 은행 글로벌 순익, 전체 순익의 11%
증시 ‘와타나베‧소피아 부인’ 먼얘기
“해외투자상품 신뢰회복 절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글로벌 순이익 규모는 1조2391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10조5107억 원)의 11% 수준이다. 글로벌 순이익은 해외지점과 해외법인, 해외투자법인의 순이익을 합한 수치다.
개별 은행별로는 하나은행(4049억 원)과 신한은행(4015억 원)의 경우 전체 이익에서 글로벌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5%를 차지한다. 우리은행(2852억 원)은 12%, KB국민은행(1475억 원)은 5%대에 그쳤다.
올해부터 은행권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들은 글로벌 영업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를 통해 길을 열어줬다. 금융지주 소속 해외 현지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개선했다. 금융사의 해외 지점·사무소 설치 및 투자 관련 신고 의무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의 글로벌 영업 강화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의 해외 진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은행 중심의 불균형적 구조가 계속되고 수익성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강한 동일지역·동일고객·동일업무의 성향 △은행과 비은행 간 불균형적 해외 진출의 지속 △현지 네트워크 부족으로 인한 현지 경쟁력 확보 부족을 해외 진출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박 연구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 대형 금융회사의 지분을 공동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사도 해외투자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증시 붐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증시 선진국들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 유럽의 ‘소피아 부인’이란 용어가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과 대조된다.
국내 투자자들의 눈길은 여전히 국내를 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대외부문평가보고서(ESR)’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GDP 대비 순대외금융자산(우리 국민의 해외금융투자자산) 비율은 46.3%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해 약 8% 늘어난 수치다.
다만 해외금융 선진국들에 비해선 여전히 낮다. 2022년 GDP 대비 순대외금융자산 비율은 홍콩이 486.0%로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176.1%), 스위스(93.3%), 일본(75.2%), 네덜란드(75.1%), 독일(71.0%), 사우디아라비아(61.5%), 벨기에(54.0%) 등도 앞서나갔다.
고액의 돈을 굴리는 자산가, 부자들도 국내 편중 현상이 여전하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제13회 2023 한국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이거나 거주 주택 포함 부동산 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국내 부자 45만6000명(전체 인구의 0.89%)의 투자 의향은 해외 주식(41.8%)보다 국내 주식 투자(74.8%)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운용 능력을 키워 해외 투자 상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해외 투자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헤리티지, 라임 펀드 사고로 인해 금융상품 쪽으로는 위축됐고 (해외 투자자) 모수가 적은 만큼 인프라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기축통화가 아니다 보니 생기는 환전 문제도 있다”며 “양도소득세 등 규제 완화가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