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에 베네수엘라 추가된 것과 맞먹어
생산 확대 상위 10개사 중 7곳 비상장사
유가 지지 위한 OPEC+ 감산 노력 상쇄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텍사스 서부의 퍼미안 분지부터 노스다코타주 바켄에 이르기까지 미국 주요 셰일유 지역에서 산유량이 전문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미국의 산유량을 하루 평균 약 1251만 배럴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이 전망은 하루 평균 약 1326만 배럴로 상향 조정됐다. 이러한 차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추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는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약 11만6800원)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예상과 달리 감산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전문가들도 짐작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주 환원을 중시하는 미국 셰일 업체들이 증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셰일유 증산량 상쇄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의 셰일 산업이 중동의 석유 카르텔을 위협하는 숙적으로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올해 작업 중인 시추 장비 수가 약 20% 줄었음에도 셰일유 생산이 기록적으로 늘었다”며 “전기 펌프 기술에서부터 공정 개선에 이르기까지 기술 혁신이 셰일 업계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KPMG의 앤지 길디어 미국 에너지 부문 대표는 “셰일 붐 때와 같은 열광적인 시추 호황과는 다르다”며 “중요하지만 신중하게 계산된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셰일 업체들이 다시 생산을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 에버코어ISI에 따르면 내년 미국 셰일 업계의 설비투자는 2%로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증가율인 19%에서 크게 둔화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