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963년 페닐케톤뇨증이라는 유전대사질환에 대한 검사가 가능해졌다. 유럽에서는 1975년 신생아 선별검사를, 일본에서는 이듬해 선별검사를 도입하여 시행하였다. 국내에서는 조금 늦은 1985년 들어와서 신생아 선별 검사가 시행되었다. 1991년 정부에서 저소득층 신생아를 대상으로 6개 질환 (페닐케톤뇨증, 갑상선기능 저하증, 갈락토스혈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부신과형성증)에 대하여 검사를 시행하였다. 1997년부터는 질환빈도가 높은 2종(페닐케톤뇨증, 갑상성기능저하증)에 대하여 모든 신생아에게 검사를 실시하였다. 2006년에는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검사 종목을 2종에서 6종으로 확대 실시하게 되었다.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받으면 장애를 방지할 수 있기에, 신생아 선별검사는 매우 중요한 검사이기에 확대하게 된 것이다.
신생아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소변, 혈액 등의 정밀 검사를 하여 확진한다. 유전대사질환의 치료 방법은 다양하다. 결핍이 있는 물질을 약으로 보충하거나, 전구물질이 쌓이는 질환의 경우 전구물질 섭취를 제한하는 식사 요법이 있다. 효소가 부족한 경우 효소를 보충한다. 그 외에 축적된 물질의 배설을 촉진시키는 약물 치료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CJ 제일제당에서 페닐케톤뇨증 환자들을 위한 저단백 햇반을, 매일유업 및 남양유업에서는 전구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특수 분유를 제조하고 있다. 이런 특수한 식품을 만드는 것은 기존의 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청소하고 새로 제품을 만들어야 해서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며, 수요도 많지 않아 기업들에는 손해다. 그럼에도 환우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에 사회 공헌 의미에서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감사하다. 또한 놀랍게도, 환자들이 선천성 대사질환으로 진단을 받으면 필요한 특수 분유 및 햇반을 구매하는 비용을 보건소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지원하는 고마운 복지제도이다.
척수근육위축증이라는 희귀 질환도 있다. 이 질환은 태아기에 시작하여 진행하는 운동 신경세포의 퇴행성 질환이다. 심하게 전신의 근육 긴장도가 떨어지면서 연하 곤란, 호흡근 저하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 질환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2015년에 졸겐스마(Zolgensma)라는 유전자 치료제가 FDA승인이 되었고, 국내에서도 2019년 허가되었다. 의사들 사이에서 1회 주사에 비급여 가격으로 19억 8천만 원이나 되는 가장 비싼 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주사는 2세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허가되었다. 이에 신생아 선별검사에 척수근육위축증에 대한 검사도 포함시키는 것을 논의 중이다.
같은 맥락으로 효소가 부족하여 대사되지 못한 전구물질들이 체내에 쌓여 독성을 나타내는 리소좀 축적 대사 질환에서 효소 보충요법을 어린 나이부터 실시하면 장애를 예방하고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신생아 선별검사에 리소좀 축적 질환에 대한 검사를 포함시키는 것 역시 검토 중이다.
출산율이 낮아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이때, 아이들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치료를 받아서 건강히 자랄 수 있는 보장을 국가가 해 준다면 국민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미래 희망인 어린이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건강보험재정이 쓰인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면 높은 의료보험료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