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칼럼] 탄핵 남발의 정치공학을 꾸짖는다

입력 2023-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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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위법 있어야 가능한 탄핵발동
당리당략에 빠져 국민주권 무시돼
일부 법관·국회 직무유기 돌아봐야

탄핵이 남발되고 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일반인조차 탄핵을 일반 형벌처럼 가볍게 보는 사태가 안타깝기조차 하다.

민주당의 연이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시도와 자당 대표 수사 실무를 지휘하는 검사 등의 탄핵으로 우려가 깊어진다. 게다가 민주당은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이 임명되면 다시 탄핵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미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성된 언론 환경 유지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 세평이다. 안타깝게도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으로 수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고, ‘해병대 수사 외압’으로 국방부 장관 탄핵도 거론된 바 있었다. 급기야 원내외를 막론하고 야권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죄상을 들어서 책망함’이라는 뜻을 지닌 ‘탄핵’은 매우 예외적인 헌법상 처벌이다. 보통의 징계 절차에 의한 파면이 곤란하거나 검찰기관에 의한 소추가 사실상 곤란한 대통령을 비롯한 헌법상 주요 공직자들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탄핵은 그들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한정하도록 헌법 제65조 1항이 규정하고 있다. 탄핵은 형법 제41조 아홉 가지 형벌과는 차원과 성질이 다른 일종의 극약 처방이다.

교원양성기관에서 시험 중 부정행위자는 퇴학 처분된다. 수업 방해, 실습 태만, 교수 모함 등의 사유도 교원 자질에 결정적인 부적격 사유이지만, 부정행위만이 즉각 퇴학 처분이 내려지는 이유는 명백하고 결정적인 규칙 위반 행위이기 때문이다. 탄핵도 국정 운영에 있어서 명백하고 결정적인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

탄핵이 국회에만 부여한 권한인 헌법상 이유는 헌법 제1조 2항에 천명된 국민주권을 대신하는 최고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가 탄핵하는 대상은 주로 대통령과 행정부에 속한 주요 공직자이다. 그러나 정작 탄핵해야 할 자들은 국회의원 자신과 사법부의 일부 법관들이다.

국회의원들이 헌법과 자신이 만든 법을 어기는 사례는 작금의 일이 아니다. 헌법 제54조 2항에 규정된 예산 심의 의결과 공직선거법 제24의 2에 따른 선거구 확정도 매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반면 자신들의 세비 증액 법안 등은 신속하게 처리하여 헌법 제46조 국회의원 청렴의무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있다.

게다가 신분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독립적으로’ 민의를 대변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따라 활동한다. 더욱이 많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제1야당 대표의 ‘방탄’을 위한 무리한 의사결정과 탄핵은 국민주권주의에 어긋난다. 이러한 세태를 보면 ‘정당주권주의’ 또는 ‘당리주권주의’가 어울린다. 정당은 국민주권을 대변하는 데서 존재 이유가 있으며, 당리당략은 패권에 몰두한 것이므로 국민주권과 무관하다. 하지만 현행 헌법상 국회의원을 탄핵할 방법이 없다.

사법부 사정도 어둡다. ‘사상 최악의 대법원장’ 김명수 키즈로 분류되는 법관 또는 항간에 판사 오적(五賊)이라고 하는 법관들이 대표적인 탄핵감이다. 이들은 헌법 제27조 3항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공직선거법 제270조 선거범 재판 신속 강행규정을 어기고 이에 처벌 조항이 없음을 빌미로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판사의 ‘재량’으로 포장하기도 하고 영장 기각 사유로 비상식적인 논리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누구보다도 김 전 대법원장을 재임 중 탄핵했어야 마땅하다. 그의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본지 2023년 6월 27일자 칼럼 참조). 정치적 편향으로 공정성 논란 발언 당사자이며 울산 선거공작 사건 재판을 상상 이상으로 지연시킨 부장판사도 탄핵했어야 했다. 모두 탄핵의 칼을 쥔 국회의원들의 당리당략에 따른 직무 유기로 지나쳐 버렸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사 탄핵은 모순을 드러낸다. 자신들 눈 밖에 난 검사를 징계하려는 정치적 셈법에서 입법 절차를 교묘한 편법으로 바꿔가며 만들었던 공수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다. 그나마 희망은 공수처가 선출직 국회의원의 위헌 및 비행을 단죄할 수 있는 법적 기구라는 점이다. 하지만 공수처 설립 후 3년간 업적으로 보면 그 희망마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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