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줄 때 나갈걸” 확 쪼그라든 희망퇴직금에 뱅커들 “존버해야 하나”

올해 역대급 이자이익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이 희망퇴직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 당국이 ‘돈잔치’, ‘종 노릇’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연말 상생 금융 압박으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이에 따라 짐을 싸는 뱅커들도 확연히 줄어든 모습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두 번째 희망퇴직 접수를 마감했다. 대상은 근속 15년 이상 Ma(부지점장·부부장) 이상 직원 중 1965년 이후 출생 직원, 근속 15년 이상 4급 이하 직원 중 1968년 출생 직원이다. 특별퇴직금은 출생년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이다. 8월 신한은행이 실시한 희망퇴직의 특별퇴직금 요건은 월평균 임금의 9~36개월인 것과 비교하면 희망퇴직금 규모가 다소 줄었다. 8월에는 231명이 퇴직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에는 8월보다 대상자와 퇴직금 규모가 줄어든 만큼 신청자가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20개월치 위로금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이다. 희망퇴직 조건이 전년 대비 축소되면서 신청 규모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퇴직 심사를 통해 신청자를 걸러내면 실제로 퇴직하는 직원 수는 더 내려갈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1967년생 56세 직원은 28개월치로 동일하고, 1968~1983년생 40세 이상 직원은 20개월 치로 일괄 적용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40~55세 은행원 퇴직금이 최대 39개월치에서 20개월 치로 축소된 것이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만 56세 직원은 월평균 임금의 28개월치, 10년 이상 근속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은 20개월에서 최대 39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이달 말에 희망퇴직 시행을 앞두고 있는 다른 은행들은 눈치보기에 나섰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의 희망퇴직금 규모가 줄어든 만큼 타 은행들도 예년 수준의 규모를 단행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노조와 사측이 진행하고 있는 임단협이 끝나야 시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아직 시행 여부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앞서 희망퇴직을 진행한 은행들처럼 지난해보다 더 나은 조건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내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1967~1972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우리은행은 1967~1980년생이 대상이었다. 매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비슷한 절차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매년 상·하반기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한다. 올해는 1월과 7월 두 차례 진행했다.

은행경영현황 공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희망 퇴직금은 △KB국민은행 3억7600만 원 △신한은행 2억9396만 원 △하나은행 4억794만 원 △우리은행 3억7236만 원 △농협은행 3억2712만 원이 지급됐다. 퇴직 시 기본 퇴직금과 특별 퇴직금을 더해 4억~5억 원대를 수령했다. 시중은행의 최대 퇴직금 지급액은 모두 8억 원을 넘었고 최고 11억 원을 돌파한 사례도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금은 은행의 수익과 상관없이 남아있는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연봉을 조기에 주는 것으로 희망퇴직이 잘 진행돼야 기업에서도 인력 재편을 할 수 있다”라면서 “작년보다 희망퇴직금 규모가 줄면서 희망퇴직을 선택하지 않는 사례도 있고, 내년에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청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