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급여 진입…렉라자는 6개월 만에 성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내년 초부터 1차 치료 급여 시장에 진입한다.
보건복지부는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타그리소와 렉라자에 대한 요양 금액 확대 및 상한금액을 결정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렉라자와 타그리소 모두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이 신규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두 약 모두 다른 치료를 진행한 뒤 실패하거나 불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제로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아 지난해 7월 급여에 등재됐다. 올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 확대 허가에 성공했고, 8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10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각각 통과했다. 이번 급여 확대는 1차 치료제로 허가된 후 6개월 만의 성과다.
타그리소는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를 허가받았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쓰이기 위한 급여 확대는 지지부진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총 4차례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탈락했으며, 올해 3월에야 암질환심의위원회를, 9월에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넘었다. 이번 급여 적용은 1차 치료제로 허가된 뒤 5년 만이다.
이번 급여 기준 확대로 환자들은 치료 시작 단계부터 급여를 적용받아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던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1인당 연간 투약비용 약 6800만 원을 부담했다. 앞으로는 본인부담금 5% 적용 시 연간 투약비용이 약 340만 원으로 줄어든다.
국내 건보 급여 제도상 동일 기전을 가진 치료제는 급여·비급여 관계없이 교차 투여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렉라자 복용 후 타그리소 처방이나 타그리소 복용 후 렉라자 처방은 불가능하다. 다만,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울 만큼 독성이 발생하면 치료제를 바꿀 수 있다. 단순히 치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거나 내성 발생 등의 이유로는 변경할 수 없다.
렉라자는 LASER-301 연구에서 EGFR 변이 1차 치료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20.6개월을 기록했다. 올해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 임상인 MARIPOSA에서는 mPFS가 23.7개월로 확인됐다.
타그리소는 FLAURA 임상에서 mPFS 18.9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38.6개월을 기록했다. 타그리소와 화학항암요법의 병용임상인 FLAURA2 임상에서는 mPFS가 25.5개월 또는 29.4개월(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 평가 결과)로 나왔다.
각 임상 연구 디자인에 차이가 있어 어느 약이 더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두 치료제 간 직접 비교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뇌 전이 환자의 경우 무진행생존기간이 약 3개월 긴 것으로 나타나 뇌 전이가 심한 환자에게는 렉라자가 더 많이 처방될 것으로 보인다.
렉라자의 1차 치료제 등재에 따라 글로벌 블록버스터 등극 가능성도 커졌단 평가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1차 치료제 임상 결과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경쟁 약물 타그리소와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라면서 “여전히 렉라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계획대로 1차 및 2차 치료제로 출시가 진행되면 2028년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