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법안소위 추가 개최 논의 중…합의 전망은 불투명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발됐다. 갭 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부동산 매수법)를 부추길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 기조가 여전한 탓이다. 연내 올해 국회 일정이 마무리된 만큼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는 실거주 의무 폐지 불발로 전세물건이 줄면서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국토위는 이날 법안소위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여야 합의에 실패했다. 여당의 실거주 의무 폐지안에 대해 야당 내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 불발로 연내 실거주 의무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국토위는 이달 안으로 법안소위를 한 차례 더 열어 실거주 의무 폐지를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법안소위 개최도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법안 논의 역시 답보 상태인 만큼 극적 반전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평가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충당하려던 분양자들은 최악의 경우 계약 해지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서울 내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성북구 장위자이 등이 지난 15일과 16일 각각 전매제한이 풀렸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유지되면서 분양권 실거래는 없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는 지난 2021년 2월 수도권에 처음 적용됐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은 뒤, 프리미엄(피)을 붙여 시세 차익을 남기는 행위와 갭 투자 등을 막아 집값 급등을 막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시장 왜곡 등의 이유와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폐지 목소리가 높았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곳은 전국 66개 단지에 4만4000가구 규모다. 이번 합의 불발로 서울은 물론, 전국적인 혼란은 내년 상반기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겠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법안 합의 불발 시 시행령 개정으로 ‘최초 입주 시기 조정’ 등 대안 시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만큼 분양권 시장 거래 축소 등 매수 심리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실거주 의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또 기존에 당첨된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입 신청을 해야 한다. LH는 분양대금에 은행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가산해 매입 가격을 산정한다. 최근 원자잿값 급등 영향으로 분양가격이 급등한 만큼 수년 전 당첨된 수분양자가 분양가에 이자를 더한 금액만 받고 매각하면 수천~수억 원 손해인 셈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국회 논의가 여러 번 지연되면서 분양권 거래량은 하반기 들어 급감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계를 끝낸 10월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19건으로 올해 두 번째로 작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5월(82건)과 6월(88건) 정점을 기록했지만, 실거래 의무 폐지 법안 논의가 국토위에서 진통을 거듭하자 9월과 10월 거래량은 각각 33건과 19건으로 대폭 줄었다. 집계 중인 11월과 12월도 각각 20건과 8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 전체로 보면 실거주 의무가 유지되면서 서울 내 대형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물건이 나올 것들이 당장 사라질 것”이라며 “이라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이어서 “개인의 경우 과태료를 물어주고 그냥 전세를 놔버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서울 단지는 워낙 매물이 없는 상황으로 (실거주 의무 폐지 후) 분양권 매매 대기 수요가 현재 거래 가능한 조합원 입주권 수요로 일부 나타나는 사례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