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플랫폼 통해 ‘지분 모으기’도 한창
이화그룹 소액주주 필두 ‘범연합’ 주주연대도 등장해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M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림그룹의 계열사이자 인수 주체인 팬오션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팬오션 소액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것을 우려해서다. 팬오션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지만, 대규모 인수대금 마련을 고려하면 유상증자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분통을 터뜨리기는 HMM 소액주주도 마찬가지다. HMM 소액주주연대는 19일 국민동의청원에 HMM 매각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하림이 인수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연대 대표는 청원에서 “2023년 10월 남아있는 영구채 2조6800억 원 중 1조 원을 2억 주의 주식으로 전환해 이번 HMM의 공개입찰에 대기업은 참여조차 할 수 없도록 했다”며 “독일의 하팍 그로이드 선사는 9조 원을 제시하며 공개입찰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산업은행은 국적 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예비입찰에서 제외했고, 남은 LX, 동원, 하림 3개사만 본입찰에 참여 자격을 주었으나 LX그룹은 입찰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골판지 제조기업 대양제지는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가 소액주주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신대양제지가 소액주주에게 대양제지의 잔여 주식(121만4747주)을 취득해 상폐를 하겠다는 취지인데, 신대양제지가 제안한 공개매수가(4300원)가 너무 저렴하다는 주장이다.
공개매수가는 이사회 결의일 전날(18일) 종가(4050원)에서 6.17%를 할증한 가격이다. 다만 양도소득세 등 세금이 포함되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헐값 상폐’에 가깝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액주주 전용 플랫폼을 통해 주주행동에 나서는 주주들도 등장했다. 통신 장비기업 쏠리드 소액주주는 주주환원을 요구하며 플랫폼 헤이홀더를 통해 ‘지분 모으기’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서는 과거 소극적이던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최근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자본시장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서 선진국에 비해 개인 투자자가 받는 피해가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금융당국자 또는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중장기 로드맵을 짜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