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설 스타트업 중 투자 유치 95개 불과
투자 유치 이력이 있음에도 올해 폐업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146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스타트업 투자시장 침체가 최근 들어 회복 추세에 있으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폐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벤처 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으나 올해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폐업한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146개로, 작년과 비교해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2년 폐업 건수가 150개로 전년 대비 31.6% 급증했던 것을 고려하면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치다. 투자시장이 얼어붙기 이전인 2021년 폐업 건수는 114개로 이와 비교하면 28.1% 늘어난 셈이다.
반면 올해 신규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중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기업은 95개로 작년 322개 대비 70.5% 급감했다. 더브이씨는 “투자시장 침체 여파가 본격화한 2022년 수치가 전년 대비 44.4% 감소한 것을 생각하면 투자유치에 성공한 신규 설립 스타트업의 수는 계속해서 빠르게 감소 중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폐업한 스타트업 중 영업 기간 가장 큰 규모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던 곳은 옐로모바일의 주요 자회사였던 옐로디지털마케팅과 옐로오투오그룹으로, 양사 모두 올해 10월 폐업했다. 이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각각 511억 원, 300억 원이다.
소상공인 매출 정산 플랫폼 더체크는 서비스 개시 약 1년 반여 만인 2021년 말 매각 작업에 나서며 화제가 됐으나 올해 폐업했다. 더체크는 그해 3월 KB증권 등이 투자자로 참여한 시리즈 A를 통해 10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나 한국신용데이터가 운영하는 캐시노트와의 경쟁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김채민 대표가 지분과 경영권을 매물로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26만 명가량에 이르는 회원들의 데이터를 갖고 있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올해 9월 폐업한 것으로 보인다.
샐러드 배송과 공유오피스, 편의점 물류박스를 통해 샐러드를 픽업할 수 있도록 하는 ‘프코스팟’ 서비스를 제공한 프레시코드는 한때 누적 샐러드 주문 200만 건을 돌파하며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올해 초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데 이어 7월에 결국 파산선고를 받았다.
더브이씨는 “NH벤처투자,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6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매출이 지속해서 증대했음에도 낮은 수익성에 따른 적자 심화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프레시코드는 2021년 111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10% 신장했으나 50억 원 전후의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150%가량 심화했다.
화훼시장 새벽 배송 서비스 오늘의꽃도 유사한 사례로 2021년에 전년 대비 240% 급증한 1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이 3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늘고 순손실은 420%가량 폭증해 올해 3월 폐업했다. 당근의 첫 스타트업 투자 사례로 주목받았던 오프라인 모임 커뮤니티 남의집도 적자 심화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11월 폐업을 선언했다.
이밖에 팬데믹 기간 트렌드로 급부상했다가 관심이 한풀 꺾이면서 폐업한 사례도 있다. 스탠월드코리아는 케이팝 팬덤이 모여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메타버스 기반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2021년 12월 35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나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올해 12월 폐업했다. 또 이용자 참여형 스토리 콘텐츠 플랫폼 테일버스도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팬데믹 시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붐에 편승하는 데 성공했으나 8월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