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PF 대출잔액‧연체율 증가에 도미노 부실 사태 우려
신용강등 리스크 증가…“증권‧캐피탈 등 신용등급 방향 부정적”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가 금융권의 무더기 신용강등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PF 대출잔액과 연체율이 높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올해 3분기 기준 134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보다 1조2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앞서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0년 92조5000억 원 △2021년 112조9000억 원 △2022년 130조3000억 원 △2023년 3월 131조600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과 보험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같은 기간 각각 44조2000억 원, 43조3000억 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134조 원이 넘는 부동산 PF 대출잔액 중 두 업권이 차지하는 규모가 65%에 달하는 셈이다.
연체율도 꾸준히 상승세다. 2020년 0.55%였던 연체율은 4배 넘게 급등해 올해 9월 말 2.42%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2.17%) 보다도 0.24%포인트(p) 상승한 수준이다.
업권별 부동산 PF 연체율을 보면 증권사가 13.85%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저축은행(5.56%), 여신전문금융회사(4.44%), 상호금융(4.18%), 보험(1.11%), 은행(0%) 순이었다. 제1금융권인 은행은 대출잔액 규모는 크지만, 리스크 관리로 연체율이 0%대에 진입해 비교적 안정권에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보험사와 증권사, 상호저축은행 등이 포함된 제2금융권이다. 대출잔액은 물론 연체율이 높은 업권이 다수 포함돼 자금을 빌려준 이들이 돈을 받지 못하기 시작하면 도미노 부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2011년 부동산 PF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저축은행이 줄도산한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며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10년 전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저축은행의 연체율만 독보적으로 높았는데, 현재는 제2금융권 전반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며 “지금 속도면 리스크 관리에 실패에 도미노 부실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20일에는 엠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22일에는 오케이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내년 금융업권 주요 8개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안정적과 부정적 전망이 병존한다”며 “부동산 PF 관련 잠재위험이 크고,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저하가 진행 중인 증권,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4개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