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방 늙은이'는 옛말...'엘더노믹스' 시대 도래
노동인구 감소에 "GDP 최대 20% 줄것" 경고
'젊은 노인', 미래 고용시장의 중요한 주체로
‘포용 경제‘ 구축 위한 ‘인식 전환’ 시급
전 세계 인구 피라미드가 요동치고 있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젊은 사람의 수를 넘어서는 역사상 초유의 상황이 임박했다. 더 중요한 건, 이들 노년층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젊고 건강한 집단이란 점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新)인류’가 등장하는 것이다. 일명 ‘슈퍼에이지(Super Age)’ 시대의 도래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포용 경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 증가에 가속이 붙었다. 2030년 지구상에 존재하는 195개 나라 중 35개 국가에서 전통적 은퇴 연령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점도 머지않았다는 평가다. 2018년엔 전 세계 64세 이상 노년층 비율이 5세 미만 아이들의 비율을 사상 최초로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위 연령은 2030년 50세에 육박하고 2060년엔 60세를 넘는다. 의학 기술 발달과 사회 진보로 기대수명이 늘어난 반면 출생률이 급감하면서 인구 역전이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양’도 늘었지만 ‘질’도 다르다. 노령 인구는 더 이상 ‘뒷방 늙은이’가 아니다. 과거 같은 연령과 비교해 훨씬 젊고 건강하며 특히 부유하다. 핀란드 유바스큘라대학의 과학자들은 현대 노인들의 신체·인지적 능력이 예전보다 월등하게 앞선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50대는 새로운 30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경제를 떠받칠 ‘총알’을 장전하고 있다. 미국 최고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2030년 65세 이상 인구가 소비하는 돈만 15조 달러(약 1경9353조 원)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 지구상에 존재하는 65세 이상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면, 전 세계 가처분소득의 무려 4분의 3을 창출할 것이란 추산도 있다.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는지에 따라 곧 다가올 ‘슈퍼에이지’ 시대는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인구 피라미드와 고성장을 전제로 짜여진 고용·교육·복지·의료·연금 등 사회·경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65세 이상 인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현재 구조로는 노동력 부족, 생산성 손실, 복지·의료 비용 과다, 부담 전가에 따른 사회갈등을 피할 수 없다. 35개 국가가 슈퍼에이지 시대에 돌입하는 2030년, 전 세계에서 8250만 명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와 기업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GDP 감소율이 최대 20%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용 경제’를 위한 변화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임금 노동자의 은퇴 시기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제도 폐지에 나섰다. 1967년 세계 최초로 고용 연령 차별 금지법을 만든 미국에서 최근 IBM은 연령 차별 행위로 제소당해 수백만 달러 합의금을 물었다. 독일과 영국도 일반평등대우법(2006), 평등법(2010)을 각각 통과시키면서 정년퇴직 제도를 폐지했다.
일본 미쓰비시 그룹이 2016년 설립한 자회사 MHI 이그제큐티브 엑스퍼트 주식유한회사는 전 직원이 은퇴 연령을 넘겼다. 미쓰비시 중공업 출신 베테랑 은퇴자들을 채용해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한 것이다. 호주 은행 웨스트팩은 ‘손자녀 육아휴직 제도’를 업계 최초로 발표, 나이 든 직원 배려에 나섰다. 영국의 다국적 투자은행 바클리즈도 고령층에게 견습생이 될 기회를 부여하는 ‘대담한 견습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인류 출현 이후 처음 맞게 될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사회질서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 다가오는 시대에 걸맞은 구조로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령 인구에 대한 기존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