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 넘긴 카드 수수료율 개선안…손놓은 당국에 업계 '한숨'

입력 2024-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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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비용 개선' 논의 2년간 답보
금융당국, 구체적 일정 못내놔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파노라마 뷔폐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이슈 등 카드업계 현안 관련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정종우 카드사노동합협의회 의장 겸 하나외한카드 지부장이 기자회견 취지설명 등 발언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카드 수수료율 산정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현실화 방안 마련이 결국 해를 넘기면서 카드사들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년 전 전담 협의체까지 만들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어서다. 당장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카드업계는 총선 등 정치 이슈에 밀려 또다시 수수료 인하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까 우려한다.

4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2012년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하게 되면서 2025년부터 적용될 수수료율에 대해 올해 안에 재산정해야 한다.

적격비용은 결제대행업체 수수료 등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뜻한다. 자금조달과 위험관리 비용, 밴 수수료, 마케팅 비용, 일반관리 비용 등이 포함된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카드 수수료는 14년 연속 인하됐지만 최근 카드업계는 업황 악화를 고려한 제도 개선안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22년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 카드업계 등으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협의체(TF)’를 발족했다. 해당 TF에서는 지난해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3년마다 시행하는 재산정 주기를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아직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상태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이번 정부 들어 TF에서 금융당국과 제대로 논의를 못하고 있다”며 “ 금리 인상과 실적 감소 등 최근 시장 상황을 반영한 수수료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적격비용 재산정 일정이 구체화하지 않다 보니 수수료율 개선을 위한 제반 작업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일정에 비춰 보면 통상 5~8월 중 회계법인 등 전문 컨설팅 기관을 통해 원가분석을 진행한다. 이어 8~10월 적격비용 산정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10~11월 적격비용 재산정과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마케팅 개선방향 등을 논의한다. 그 후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개편 방안을 발표한 후 새롭게 산정된 수수료는 이듬해 적용한다.

금융당국이 가맹업계와 카드업계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영세가맹점을 중심으로 카드업계의 재산정 주기 연장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올해 총선을 앞둔 만큼 소상공인 보호를 명목으로 카드사 수수료 인하를 압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업계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며 “재산정 주기 연장 등을 포함한 개선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재산정 작업에 드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 당초 지난해 TF에서 개선 방안이 나왔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에서 서민경제 활성화만을 주장하며 수수료율을 더 낮게 책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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