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100명 중 15명 부패·갑질 경험"
17개 광역의회와 75개 기초시의회 등 92개 지방의회의 청렴도가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활동 과정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공직자와 산하기관 임직원 등 100명 중 15명이 부패·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4일 92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2023년도 광역·기초시의회의 종합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68.5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28일 국민권익위에서 발표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종합청렴도(80.5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역주민, 공직자 등 업무관련자가 직접 평가하는 청렴체감도가 66.5점에 그쳐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청렴체감도 평균인 80.0점에 비해 현격히 낮게 나타났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기관별로는 △경상북도의회 △강원 동해시의회 △경기 동두천시의회, 전남 광양시의회 등 4개 기관이 종합청렴도 1등급을 달성했다. 반면, △강원특별자치도 의회 △경기도 의회 △강원 태백시 의회 △경기 성남시 의회 △경기 수원시 의회 △경기 이천시 의회 △경북 안동시 의회 △경북 포항시 의회 등 8개 기관은 5등급에 그쳤다.
청렴체감도 영역에서는 △경상남도의회 △경상북도의회 △강원 동해시의회 △경기 동두천시의회 △전남 광양시의회 등 5개 기관이 1등급을 받았다. 반면, 5등급 기관은 △강원 태백시의회 △경기 고양시의회 △경기 안성시의회 △경북 김천시의회 △경북 영천시의회 △경북 포항시의회 △전북 군산시의회 등 7개였다.
특히, 지자체 공직자와 산하기관 임직원 등 3만4000명이 평가한 청렴체감도는 전반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의정활동 과정에서 알선·청탁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한 정도에 대해 측정하는 '의정활동' 영역(65.6점)과 예산 집행 및 조직‧인사 운영 적절성 등을 측정하는 '의회운영' 영역(68.3점) 모두 60점대에 그쳤다.
특히, 의정활동에 대한 부패 인식이 가장 낮은 항목은 '이해관계 직무 회피 의무 준수'(64.2점)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지방의원 의정활동 과정 중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직무회피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공직자·산하기관 임직원·의회 사무처 공직자 등이 직접 경험한 부패경험률은 15.51%에 달해 지난달 28일 발표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부패경험률(외부 민원인 등 부패경험률 0.42%, 내부 공직자 부패경험률 1.99%)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 등 갑질 경험(16.3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계약업체 선정 시 부당한 관여(9.96%) △특혜를 위한 부당한 개입(8.36%) △사적 이익을 위한 정보 요청(5.05%) 등 지방의회 운영 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법 및 행동강령 위반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렴노력도 영역에서는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전라남도의회 △충청남도의회 △경기 구리시의회 △경기 부천시의회 △경기 양주시의회 등 6개 기관이 1등급을 달성했으며, 5등급 기관은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경기도의회 등 9개 기관이었다.
92개 지방의회의 청렴노력도 평균 점수는 77.2점으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청렴노력도 평균(82.2점)에 비해 낮은 점수로 나타났다. 지표별로는 부패방지 관련 제도개선 권고의 이행 실적이 저조했다. 징계처분을 받은 지방의원에 대한 의정비 감액 규정을 마련한 곳은 92개 지방의회 중 31개(33.7%)에 불과했고, 구속된 지방의원에 대한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항을 마련한 곳도 92개 지방의회 중 41개(44.6%)에 그쳤다.
또한,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2년 차임에도 아직 전담 인력을 지정하지 않거나 제도 운영 지침을 제정하지 않은 곳이 10여 곳 존재했다. 청렴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 고위직의 청렴교육 이수율은 76.8%, 청렴교육 이수 현황 공개율은 77.2%에 그쳤다. 반면, 행정기관과 공직유관단체에서의 달성 실적은 96% 이상이었다.
권익위는 "이러한 지방의회의 노력 부족은 공직자 등이 평가하는 반부패 시책 효과성 지표에서도 낮은 점수로 이어졌다"며 "지자체 공직자와 산하기관 임직원은 물론 의회 사무처 직원 스스로도 지방의회의 반부패 시책 추진 노력에 부정적 시각을 나타낸 것으로, 구성원의 눈높이에 맞는 시책의 마련과 추진이 절실함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올해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지방의회의 청렴 수준이 특히 낮게 평가된 점에 주목해 '지방의회 반부패 특별 대책'을 마련해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올해 1분기에는 행동강령·이해충돌방지법·청탁금지법 위반 행위 및 제도 운영 실태에 대한 전방위적 점검을 강도 높게 실시하고, 86개 시·군을 대상으로 자치법규 전수평가를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해 권고한 사항에 대한 이행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권익위는 2023년 평가에서 취약 분야로 나타난 243개 지방의회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청렴도 평가도 실시할 계획이다.
정승윤 권익위원장 직무대리는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2년 차임에도 이해관계 회피 의무에 대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인식이 낮은 점과 특혜요구 등 부적절한 행태가 청렴도 향상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국민 생활의 밀접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지방 토착 카르텔형 부패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정부는 모든 반부패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