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운영자 유죄 확정…대법 “신상공개 피해 지나쳐”

입력 2024-01-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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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가 1월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및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전 배우자를 제보해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되게끔 한 제보자 A 씨도 벌금 70만 원이 확정됐다.

2018년 설립된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과 출생년도, 거주 지역, 직업과 직장명, 얼굴사진, 전화번호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해 왔다. 제보자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사이트에 글을 게시하는 방식이다. 다만, 미지급자에게 미지급 금액의 경위나 사유 등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구 씨는 2018년 9월 A 씨의 제보를 받아 피해자의 사진과 실명, 거주지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A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게시글 주소 링크와 함께 ‘아주 재밌는 일들을 시작해보자ㅋㅋㅋㅋ’ ‘#신나는#재밌는#즐거운#기쁨#복수#추심#양육비#돈#재테크’라고 올렸다.

검찰은 구 씨와 A 씨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1심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글을 게시한 것은 무죄로, 인스타그램에 글을 게시한 것은 유죄로 판단해 B 씨에게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원심은 두 사람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구 씨에는 벌금 100만 원에 선고유예, A 씨는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원심은 이 사이트가 공개하는 신상정보 내용이 지나쳐 피해자들의 인격권과 명예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사전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에서 비방의 목적이 뚜렷하다고 봤다. 인스타그램 게시글은 피해자를 비방하고 모욕하는 표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이트가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알린 것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했다”면서도 “사이트의 주된 목적은 양육비 미지급자 개인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 및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로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신상정보 공개 절차와 과정에 대해 “사전에 양육비 미지급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개별적 사정이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 등과 비교할 때 볼 때 양육비채무자의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 할지라도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전파성이 강한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양육비 지급에 관한 법적책임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사적 단체나 사인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사람을 비방할 목적’ 판단 시 비교‧형량할 이익과 고려할 사항들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2021년 7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내용의 '양육비이행확보및지원에관한법률'(양육비 이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고, 구 씨는 이 법이 시행되자 사이트를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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