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운명이 결정될 시점이 일주일 남았다. 채권단이 이때 태영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여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있다. 반대로 거부한다면 법정관리를 피하기 어렵다. 현재로썬 전자보다는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설명회를 진행한 채권단은 11일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만약 일부 선순위 금융사가 워크아웃에 반대해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워크아웃에 찬성한 채권단이 청산 가치에 준하는 채권액을 6개월 이내에 매수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1차 협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채권단은 최대 4개월간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4월 10일까지 자산·부채 실사와 기업개선계획 작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와 재무구조 개선 방안, 유동성 조달 방안, 경영관리 방안 등을 마련한다. 이후 제2차 협의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결의하면 1개월 이내에 기업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공동관리절차가 진행된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전망은 밝지 않다. 설명회에서 제시한 자구안이 채권단의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 지원, 환경종합기업 에코비트와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을 자구안으로 내놨다. SBS 지분 매각·담보제공, 윤세영 창업회장 등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채권단 안팎에서는 태영인더스트리의 오너 일가 지분을 포함해 적어도 3000억 원 정도의 사재출연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적극적인 자구 의지 표명을 위해 최소한이라도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설명회 직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직접 나서 태영건설 자구안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태영 측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원래 약속한 조항을 끝까지 지켜달라고 촉구했고 그에 대한 확약을 채권단 회의에서 공표해주길 강력히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상식적으로 채권단 75%가 이 제안에 동의하길 기대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채권단 동의율을 채우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로 가야한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워크아웃 개시의 핵심 쟁점인 자구안의 성실도와 관련해 채권단과 태영건설 간 견해차가 확인돼 채권단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선순위 금융사의 이달이 이어져 워크아웃이 무산되면 법정관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행에 관계없이 정부의 PF 사업장 구조조정,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지원 조치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관리 주체만 달라지는 것이라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크게 상관없이 대응 방안은 시행된다"며 "절차 지연 등의 불편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하는 곳 중 분양이 진행된 단지는 22개, 총 1만9869가구다. 이 가운데 14개 사업장 1만2395가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됐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계속 공사 또는 필요시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 HUG 분양보증을 통해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나머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사업장과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도 공사를 계속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협력업체와 관련해서는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하도급사의 금융 채무 상환 유예, 금리 감면 등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PF 사업장은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운 곳의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