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역량 가진 공무원·협 단체·학계 등과 소통 강화해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조타수로 하는 2기 경제팀이 출범한 가운데 실물경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수장에도 안덕근 장관이 새로 자리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공급망 급변, 주요국의 자국 중심 통상정책 대응 등 업무를 총괄하다 이제 산업·통상·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산업부 장관의 책무를 맡게 된 것이다. 통상 분야의 경우 검증이 완료된 상태지만, 산업과 에너지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 역량을 가진 이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하고 경제적 합리성을 갖춘 에너지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넓은 정책 영역만큼이나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갈등 속 공급망 불안은 여전하고, 장기간 이어진 무역적자도 살펴야 한다.
산업 분야에서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 분야의 초격차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기업 투자 지원과 한국의 차세대 먹을거리 확보를 위한 산업 연구개발(R&D) 혁신도 요구된다.
에너지 분야는 원전 생태계 정상화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다만, 2029년까지가 운영 허가 기간인 원전 10기의 계속 운전부터 신규 원전 건설, 원전 10기 수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도입을 위한 법 마련까지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200조 원에 달하는 부채로 심각한 재무위기에 빠진 한국전력 문제 해결과 전기·가스 등 에너지 공공요금 조정,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간 전력망 확충도 난제로 꼽힌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과 에너지의 현장 경험이 통상에 비해 부족할 터이니 산업부 내에 전문 역량을 가진 공무원이나 내외 협단체 등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이 한국경제가 살아나는 불쏘시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엔 이견이 없지만 중국으로의 수출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주문이다.
그는 "이미 중국이 수출 1위 자리를 미국에 내놨고, 계속 축소 지향적으로 간다는 것은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놓치는 것으로 우리에겐 큰 손실"이라며 "수출 다변화는 지속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과 별개로 중국 시장에서의 우리 상품과 서비스의 비중이 줄어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산업부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큰 그림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으로 산업계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도 소통 창구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와 관련해선 가격과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이 역시 외부와의 소통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주임교수는 "현재 에너지 분야는 너무 정체돼 있는 상황으로 한전의 적자 문제도 정상화되지 않았고, 시장 기능도 확보되지 않았다"라며 "안 장관이 통상과 에너지의 융합적 관점에서 보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위해 에너지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의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기조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추진'인데 합리적이라는 것은 싸야 된다"라며 "그간 산업부는 값이 싸야 하는 경제적 합리성 기조를 안 따라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는 과거에 탈원전 정책도 추진하고, 여전히 정부가 바뀌어도 재생에너지 우대 정책도 하기 때문에 원자력계나 학계 등 외부의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라며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좋아질 것이라곤 하지만, 좋아진 다음에 해야지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했으면 좋겠지만, '합리적'이란 부분에 대해 정부가 고민을 많이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