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창사 이래 이어오던 가족 경영 체제를 내려놓는다. 최근 전문경영인인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한 데 이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자회사와 사내 조직을 정리하고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며 쇄신에 나섰다.
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이날 최고사업책임자(CBO) 3명을 중심으로 주요 개발·사업 조직을 개편하고, 기획조정·법무 등을 담당하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사내에 공지했다. CBO 3인으로는 리니지 지식재산(IP) 전반을 담당하는 이성구 부사장, 아이온2 개발을 총괄하는 백승욱 상무, 쓰론 앤 리버티(TL) 등 신규 IP를 관리하는 최문영 전무가 임명됐다.
김택진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직을 내려놓게 됐다. 윤 사장의 경우 엔씨웨스트홀딩스 대표·NC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며 해외 사업 및 사회공헌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수석부사장도 해외 법인 관리 업무에 전념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대응을 위해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며 “엔씨 구성원이 원 팀(One-Team)으로서 상호 협업 역량을 높여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엔씨의 경영 쇄신 의지로 풀이된다. 엔씨는 지난해 10월 조직·의사결정 체계 정비, 비용 절감, 신성장 역량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해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엔씨는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법조계 출신 전문경영인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외부의 힘을 빌려 내부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로 해석된다. 박 내정자 영입 이후 오너 일가 역시 경영에서 손을 떼며 박 내정자 체제에 더욱 힘을 싣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내 조직과 자회사 정리에도 나섰다. 지난달에는 금융 인공지능(AI) 신사업 조직인 ‘금융비즈센터’를 해체한다고 공지했다. 이달에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법인을 다음달 15일에 정리하기로 하고, 소속 직원 7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엔씨소프트의 불가피했던 비용 절감 선택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말에는 등기임원 10여 명을 대상으로 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신규개발 게임 전면 심사도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1% 감소한 1조7972억 원, 영업이익은 72.8% 감소한 1521억 원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34.1%를 찍었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 8.5%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2월 100만 원을 넘기던 주가는 이날 마감 기준 21만8500원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