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처럼 몰랐던 게, 알고 있는 선거보다 더 큰 딜레마
AI 이제 시작, 어느 정도 임팩트 줄지 예측 못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많다 보니 선거의 변수가 크고, 정치에 따라서 변화가 심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누구든 될 거로 생각하고 양쪽 다 시나리오를 대비하면 차리리 나은데, 팬데믹처럼 아예 시나리오를 세울 수 없는 것들이 우리의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ㆍ가전 전시회 CES 2024 개막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화두인 폴리코노미와 관련한 비즈니스 불확실성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폴리코노미는 정치를 의미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가 합성된 단어로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올해는 이번 달 대만을 시작으로 4월 우리나라 총선, 11월 미국 대선까지 총 40개의 중요한 각국 선거가 치러진다. 우리나라 총선뿐 아니라 글로벌 블록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각국 선거 결과는 우리 경제에도 최대 불확실성이다.
폴리코노미는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경영 상황을 설명하던 중 먼저 언급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를 예로 들며 "안 그래도 주기가 짧고, 경기 변동이 심한 와중에 폴리티컬 리스크까지 있는 상황이 지금 계속 되다 보니 미래를 예측하고 어떻게 한다는 게 별 의미는 없고, 그때 그때 보다 민첩하게 빨리 움직이는 게 유일한 방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SK그룹의 올해 역점 분야에 대해 "경기 변동도 심해졌고, 작년은 우리로 보면 좋은 해였다고 생각할 수 없어 각 사업마다 여러 튜닝을 할 필요성이 있다"며 "내부에서 만날 하던 기능들을 바꾸고 새로운 도전을 시켜야 하는 문제들이 있어 보인다. 내 머리도 십시일반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CES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해선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AI는 이제 시작하는 시대이며, 어느 정도 임팩트와 속도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AI 분야에 진출한 기업들의 성공 요인에 대해 그는 "투자도 많이 들어갔고 인적자원도 많이 투여될 텐데, 실제로 시장이 그만큼 쫓아와서 만들어지느냐가 제일 관건"이라며 "전체적인 AI 시장 크기와 시장이 그만큼 열려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최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AI를 전담하는 콘트롤 타워의 필요성에 대해 "각 회사가 자기 제품에 AI를 적용할 것이므로 콘트롤 타워와 같은 단어를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다만 AI든 에너지든 각 계열사가 따로 만나는 것보다 한꺼번에 패키지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은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따로 그런 조직을 만들 수는 없고, 사람끼리 모여서 그런 대화를 하고 고객을 찾아갈 때는 다 같이 찾아가고 협동하는 일종의 원팀 솔루션"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AI가 CES의 핵심 주제가 된 데 대해 "인간이 편리를 추구하다 보니 이제는 제품 각각으로는 콘트롤 하기도 어렵고 하나하나 대응하기도 힘들어지는 세상이 온 것"이라며 "복잡도가 높아지니 융합이 필요하고, 융합하려면 AI 기술 등을 써서 여러 상태와 여러 종류의 사람을 다 커버할 수 있는 서포트가 필요한 만큼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융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데이터 네트워크를 서비스하려면 엄청난 반도체와 에너지가 수반돼야 하는 것이 숙제"라며 "에너지, 환경 문제 등을 AI로 잘 푼다고 얘기하지만, 그 AI를 쓰려면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