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지 입찰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 지고 있다. 시장 경색으로 사업지의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 분양 및 공사비 회수 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확실한 사업성이 보장된 곳은 시공사가 몰리며 경쟁 수주전이 펼쳐지는 반면, 공사비를 거듭 올려도 시공사 선정에 고배를 마시는 곳이 나오는 등 사업지 별 온도 차가 뚜렷한 양상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시민공원 촉진 2-1구역 재개발 사업은 이달 27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부산진구 범전동 일대에 지상 최고 69층, 5개 동, 아파트 1902가구·오피스텔 99실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1조 원 이상으로, 부산 재개발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촉진 2-1구역 조합은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공사비 하향 조정을 위해 시공사 선정을 해지했다. 이후 지난해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응찰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양 사는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위해 치열한 홍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또 부산 사하구 하단1구역 재건축 사업도 이달 13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최고 27층, 4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로, 코오롱글로벌과 금호건설이 입찰해 시공권 확보를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시공사 선정에 다시 돌입한다. 용적률 600%를 적용해 최고 56층, 992가구로 재건축 될 예정이다.
한양아파트는 지난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수주전이 성사되며 '여의도 재건축 1호' 단지로 부상했으나,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KB부동산신탁의 정비계획 위반 사항을 지적하며 시공사 선정이 잠정 연기된 바 있다.
반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입지와 사업 규모가 좋아도 낮은 공사비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지는 노량진 뉴타운 8개 구역 중에서도 사업 면적이 가장 넓고, 평지에 가깝다.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역세권에 2992가구 대단지로 분양 수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때문에 GS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사들이 오랜 기간 홍보에 나서며 공을 들였지만, 막상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조합이 제시한 평당 공사비가 예상보다 낮아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공 난이도 대비 낮은 공사비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은 지난해 평당 742만 원의 공사비를 책정해 입찰 공고를 냈으나, 무응찰로 유찰됐다. 이후 평당 840만 원으로 공사비를 올려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지만 역시 무산됐다. 공사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 해당 공사비로 사업성 확보가 충분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 조합들의 '시공사 모시기'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먹거리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의 입찰은 진행되겠지만, 사업성을 더욱 보수적으로 따져 수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최대한 경쟁 입찰을 피하고 단독 응찰→수의계약으로 사업지를 확보해 출혈 비용을 줄일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지방은 금리와 PF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고, 공사비 문제로 조합과 갈등을 겪다가 준공 승인을 못 받는 곳들이 허다했다"며 "올해도 시장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별 입찰을 진행할 것이고, 특히 목동, 여의도 등 사업성이 확실하고 브랜드 홍보 효과가 보장된 곳에 역량을 중점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