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법원 판결 때문에 비트코인 ETP 승인”
게리 겐슬러 “비트코인·가상자산 투자 조심해야”
ETF 아닌 ‘ETP(상장지수상품)’라고 부른 이유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P(상장지수상품) 승인으로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 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시발점이 됐다. 비트코인이 투자 자산의 지위에 오른 셈이다. 1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이 하나의 위험 투자자산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SEC를 비롯한 주요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성명문을 통해 ETP 승인과 별개로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공고히 했다. 그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ETP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가능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오늘의 위원회의 조치가 ETP에만 해당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위원회가 가상자산에 대한 상장 기준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승인은 다른 가상자산이 연방 증권법에 따른 현재 상태나 일부 가상자산 시장참가자들의 법 준수 여부에 대한 SEC의 견해를 나타낸 것이 아니다”라면서 “과거에 언급한 대로, 어느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판단과 관계없이, 가상자산의 대다수는 투자 계약으로 간주되어 연방 증권법에 따른다”고 말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또 ”비트코인은 주로 랜섬웨어, 돈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자금 조달을 포함한 불법 활동에도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가치가 연결된 상품과 관련된 수많은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SEC가 ETF(상장지수펀드) 대신 ETP(상장지수상품·Exchange Traded Products)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ETP는 ETF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ETF는 물론 ETN(상장지수증권·Exchange Traded Notes), ETC(상장지수원자재·Exchange Traded Commodities)까지 포괄한다. SEC가 ETP라고 칭한 건 향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여러 파생상품에 대한 관할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장은 "SEC가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그대로 유지를 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관할권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또 옵션을 비롯해 CFTC와의 관할권 분쟁은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김갑래 센터장은 “SEC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 기관이란 걸 강조하기 위해 ETF보다 상위 개념은 ETP를 사용한 것 같다”면서 ”향후 ETF외에 ETN이나 또 다른 파생 결합 상품도 우리가 다 관할하겠다는 걸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을 따라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국가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캐나다·독일 등 주요국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홍콩이 빠른 시일 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내에서 비트코인 ETF이 출시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상자산 과세 등 해결해야 할 법적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열거주의인데 가장자산이 투자자산으로 들어가 있지 않기도 하고, 제도권으로 들어오려면 세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게 많다”면서 “당장은 제도적, 법적으로 국내 출시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