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올해 협력사와 상생을 화두로 협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는 협력사 기술력 향상과 안전의식 고취 등 대형 건설사 경영 시스템을 협력사에 이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되면서 대형사가 일선 건설 현장 안전사고를 막고, 시공 품질을 높이기 위해 협력사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연초부터 협력사와 유·무형의 협력을 이어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는 기존의 ‘원청-하청’ 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사 체질 개선을 통한 품질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말부터 협력사와 함께 ‘통합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모든 공사종류와 작업의 위험과 변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작업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각 현장의 부문별로 흩어진 업무 지침, 절차 등을 통합해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 관리 바이블이 완성될 것”이라며 “모든 협력사, 현장 근로자까지 이를 공유하고 일하는 사람과 관리하는 사람이 같은 기준과 원칙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프로세스를 정립해 품질과 함께 수주, 원가, 안전 등 사업 전반에 걸쳐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형사의 ESG 경영을 위한 협력사 상생 경영 활동 역시 확대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2일 안전 문화 확산에 함께한 협력사 포상을 시행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43개 협력사에 1억7900만 원의 상금을 전달했다. 안전관리 문화 확산을 위해 협력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건설사 최초 협력사간 기술 공유를 위한 기술 엑스포도 개최했다. 72개 협력사를 선정해 건설업계 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협력사간 우수 제폼과 기술 기반 파트너십을 확대해 안전과 품질시공 관리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동반성장지원단을 통해 협력사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동반성장지원단은 회사가 보유한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협력사 취약 분야인 안전과 품질, 기술 분야에 특화한 6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중소협력사가 필요로 하는 법정 안전교육, 품질 하자 교육, 공동기술개발 등을 지원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221개 협력사에서 5970명이 활동에 참여했다.
중견건설업계도 협력사와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11일 바로건설기술, 에이앤유씨엠건축사사무소 등 협력사와 콘크리트 시공 신공법인 ‘DBS Joist 공법’을 공동 개발해 국토교통부 신기술로 인증받았다. 또 중흥그룹과 HJ중공업 건설부문은 지난달 각각 ‘우수협력업체 포상’ 시상식과 ‘협력사 CEO 안전보건 간담회’ 등을 통해 우수 협력사를 시상하고 지원에 나섰다.
이렇듯 건설사들은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협력사 상생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정책 변화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품질과 안전 관련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일선 현장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협력사에 일방적으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고 품질관리를 독려하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에는 원청사인 대형 건설사들이 협력사의 진짜 문제점과 애로사항이 뭔지 근본부터 분석하고 지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와 상생 협력 기조는 원청은 물론, 하도급 기업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협력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원청과 하도급 모두 생존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