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적격 후보 반발…검증위 "이유 있는 것"
野신당 합류 움직임…조응천 "많이들 심란해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예비후보 검증 과정을 둘러싼 당내 비주류 후보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심에서 실형을 받는 등 사법리스크에 연루된 후보자들이 대거 '적격'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흠결에도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결과 발표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친명(친이재명)계 위주 공천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의심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향후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등 야권발(發) 정계개편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는 11일 관련 서류를 제출한 이재명 대표 등 89명에 대한 10차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황운하 의원,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 등이 각각 적격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됐다.
지난달 26일 검증위의 7차 발표 땐 2018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이용주 전 의원이 검증을 통과해 현재 전남 여수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앞서 음주운전과 폭행죄로 각각 벌금 200만원·500만원을 낸 서철모 전 화성시장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전력이 있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시지회장도 검증 문턱을 넘었다. 문 지회장은 직전 총선에서 당의 오영환 의원 전략공천(경기 의정부갑)에 불복, 해당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검증위는 당헌당규상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주류 후보들을 중심으로 "기준도 공정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당헌당규는 검증위의 부적격 심사 기준으로 ▲징계 경력 보유자 ▲경선 불복 경력자 ▲병역기피·음주운전 등 사회적 지탄을 받는 중대 비리 등을 명시하고 있는데, '검증위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최고위 의결을 거쳐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는 후보라도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기준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온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판에서 실형을 받거나 뇌물 사건에 연루된 사람, 폭행범은 통과시키면서 누구는 음해성 투서로 판정을 보류하고 부적격으로 낙인찍는 건 검증위가 기준도 없고 공정성도 없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1차 검증 공모가 이뤄진 지난해 11월 서류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왜 보류되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으니 당에 헌신하면서 정치할 의욕이 사라지고 있다"며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니 현역과 여론조사에서도 불리하다. 기한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출마자도 "저런 사람들도 쉽게 통과하는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건 사실상 당을 떠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우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검증위 관계자는 "문제 제기가 들어오면 심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원외나 소위 비주류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현역의원을 포함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결과가 안 나온다는 건 의도한 게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공천 심사를 둘러싼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 새로운미래(가칭)와 비명(비이재명)계 탈당파 '원칙과 상식' 3인방(김종민·이원욱·조응천)이 주축인 '미래대연합' 측은 이러한 공천 불이익 기류에 불만을 가진 인사들을 간헐적으로 접촉하면서 입당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출마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보이는데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여기 있으면 안 된다'며 신당으로 가자는 제의를 여러 경로로 받았다"며 "비슷한 생각을 가진 후보자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앞서 검증위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과 이근규 전 제천시장 등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새로운미래 합류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이상민 의원과 신당 창당 길에 나선 '원칙과 상식' 외 현역 이탈은 없다. 하지만 이어질 공천관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들의 불만이 탈당으로 표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가칭)이 변수지만, 이미 현역 3명을 보유한 미래대연합이 4명만 더 영입하면 총선에서 정의당(6석)을 제치고 '기호 3번'을 얻게 된다. 원내 교섭단체 요건인 20명 이상 확보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에 이르게 된다.
조응천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미래대연합에 합류할 의원들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민주당 의원들이) '두만강가에서 매일 저녁 기다리고 있을 테니 후레시 깜박거리면 건너갈게'라고 농담으로 얘기한다"며 "많이들 심란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원칙과 상식) 3명이 나갔기 때문에 신당이 기호 3번은 가능하지 않을까"라면서도 "분당이라고 말할 정도로 탈당이 많을 거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