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10년 시작됐다”…5명 슈퍼리치 자산 2배 늘 동안 50억 명 가난해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마플 타운십에서 100달러짜리 지폐가 보인다. 마플 타운십(미국)/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사 NPR에 따르면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맞춰 ‘불평등주식회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2020년부터 극심한 부의 불평등이 굳어지는 ‘분열의 10년’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세계 최대 부자 5명의 자산이 대유행 이후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전 세계 인구 약 60%에 해당하는 하위 50억 명은 더 가난해졌다고 밝혔다. 세계 자산 상위 5명의 자산은 2020년 4050억 달러(약 535조 원)에서 작년 11월 8690억 달러로 3년 새 갑절로 늘었다. 이를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자산이 1400만 달러씩 불어난 셈이다.

옥스팜 보고서는 세계 상위 부자 5명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포브스의 실시간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 1위 부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고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나란히 2~6위에 올라있다.

또 전체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3년간 3조 3000억 달러, 약 34% 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물가상승률보다 3배가량 더 빠른 속도다. 옥스팜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10년 내 세계에서 처음으로 ‘조만장자’가 탄생하고, 빈곤은 향후 230년 동안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베카 리델 옥스팜 아메리카 경제 및 인종 정의 정책 책임자는 “억만장자 가운데 많은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시절은 없었다”며 “그들은 2020년 자신들의 방에 돈을 넣어뒀다가 지난해 말 돌아왔다면 자산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인터내셔널 임시 총재는 “우리는 수십억 명의 사람이 전염병, 인플레이션, 전쟁이라는 경제적 충격을 온전히 짊어지고 있는 가운데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급증하는 소위 ‘분열의 10년’의 시작을 목격했다”며 “이러한 불평등은 우연이 아니다. 억만장자들은 기업이 다수를 희생시키면서 그들에게 더 많은 부를 제공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애비 맥스먼 옥스팜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도 “극단적인 불평등의 정상화를 멈춰야 한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의료와 교육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 보장 △독점 타파와 특허 규정 민주화 △생활임금 보장 △CEO 급여 상한선 적용 △초과 이윤세 등 부유세 부과 등을 제안했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매년 다보스포럼 개최에 맞춰 부의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스위스 다보스 현지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