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사회학자 버나드는 성공하는 조직의 요건을 단순명료하게 정의했다. 첫째, 조직을 구성하는 인재의 의욕과 열정이 매우 높을 것. 둘째, ‘사람’이 아닌‘가치’를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할 것. 버나드가 내린 교훈은 간단하다. 조직의 지향점인 가치를 토대로 의욕이 높은 인재들로 조직을 구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나드는 사람을 중심으로 모인 조직을 왜 경계했을까? 일단, 조직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아닌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면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 우리는 수많은 정당이 창당했다가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해 왔다. 유력 인사를 중심으로 정당이 창당했을 때 조직의 수명은 인물의 인기 하락과 함께 그 즉시 종료된다.
또한,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면 가치에 충실하지 않고 이익에 연연하는 사람이 모여들기 쉽다. 비단 정치 얘기만도 아니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의 탁월한 기업가정신으로 급성장했지만 김범수 창업자를 중심으로 모여든 일부 부도덕한 CEO들이 조직문화를 해쳤고 결국 개인의 이익을 위해 시장 윤리를 저버렸다.
다수의 경영학 및 사회학 연구는 어떤 인재들로 조직을 구성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기업 및 정치 현장에 있는 리더에게 고민 사항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어떤 사람으로 조직을 구성해야 할지를 가장 중요한 고민으로 손꼽는다. 그러나 어떤 가치를 강조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리더는 아쉽게도 본 기억이 없다.
언론을 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도 한동훈 비대위, 이낙연 신당, 이준석 신당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기업에 관한 뉴스도 해당 기업의 CEO에 관한 얘기만 가득할 뿐 해당 기업이 올해 어떤 비전과 미션을 임직원에게 강조했는지 이를 상세히 분석한 기사는 드물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백마 탄 영웅’을 갈구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정당 또는 기업을 바라보면 특정 인물이 연상될 뿐 해당 조직의 가치가 떠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치가 없으면 구성원의 언행이 어떤 방향으로 표출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증폭된다. 새로운 조직이 출범할 때마다 특정 인사의 돌출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빚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직을 구성해야 할 리더는 어떤 인재로 조직을 구성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자신이 어떤 가치와 비전을 내세워야 하는지 고민한 후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방향성에는 조직을 구성하는 멤버가 어떤 가치를 토대로 행동해야 하는지 그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핵심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다.
특정 조직이 출범했을 때 그 조직의 수장이 누구인지에 관해서만 관심갖기보다는 조직의 리더는 어떤 가치를 강조했고 어떤 방향성을 토대로 조직을 이끌어갈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리더는 자신이 강조한 조직의 핵심가치와 함께할 수 있는 신념을 지닌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그게 조직의 영속적인 성공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