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의 표준화된 진료코드 체계 적용
의료비 수가 표준화 등 인프라 구축 시급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손해보험사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펫보험 활성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뒤 제도 개선 방안이 나오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가입률과 인프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 최초로 장기 펫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 메리츠화재가 펫보험 시장 점유율 70% 안팎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한 상황이다. 현재 펫보험 시장 점유율은 메리츠화재가 70%, 삼성화재가 10%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KB손해보험은 최근 펫보험 전담부서인 ‘펫사업유닛(Unit)’부서를 신설해 메리츠화재에 대항을 예고했다. 메리츠화재는 선두 굳히기에 나서며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700% 안팎의 높은 시책을 내걸고 있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를 보장하는 담보로 상품을 강화하며 쫓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과 펫보험 전문자회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물진료 표준수가와 진료 코드 부재 등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펫보험의 급성장세가 눈에 띈다”며 “보험사들이 ‘신시장’인 펫보험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펫보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성장 정체가 보험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기 때문이다. 실제 펫보험은 최근 급성장하는 추세다. 펫보험 시장은 2018년 약 15억 원에서 2021년 217억 원 규모로 14배 성장했다.
펫보험 시장 조성을 위해서는 △동물병원의 표준화된 진료코드 체계 적용 △업계 공통의 표준 데이터 집적을 통한 기초통계 구축 △동물병원 의료비 수가 표준화가 필요하다.
우선 동물병원의 진료코드 체계는 농림축산식품부 주도 표준화된 분류체계 작성 고시를 위해 질병과 진료코드가 1차적으로 제공됐지만, 수의업계 현장에서의 무관심과 기존코드의 표준코드로의 전환 기준 등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현장 안착이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공통의 표준 데이터 집적을 통한 기초통계 구축도 여전히 미비하다. 현재 상품개발에 활용 가능한 업계 공통 표준 데이터가 부재해 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내 활용 가능한 위험률은 입·통원만으로 구분된 개발원의 참조위험률 밖에 없어, 상품 고도화를 위해서는 질병별, 치료 단위별 표준화된 데이터 집적이 선행돼야 한다.
동물병원 의료비 수가 표준화도 중요하다. 동물병원간 의료비 편차가 커, 고객과 동물병원, 그리고 보험사 간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반려인 입장에서는 진료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의 요율 및 위험률 설정이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농림부에서 개발 중인 표준코드 체계를 실제 수의 현장에 의무화 적용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표준코드로 전환하는 병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다수의 병원이 빠르게 공통의 코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수의업계와 동물병원의 반발이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인센티브 체계 및 단계적 전환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