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약, 함부로 버렸다간 생태계 ‘교란’

입력 2024-01-16 15:25수정 2024-01-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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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나 약국, 주민센터 등에 비치된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시민이 폐의약품 수거함에 폐의약품을 버리고 있다. (사진제공=영등포구)

먹지 않고 남겨뒀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먹을 수 없는 약을 처치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변기에 버리면 생태계 교란을 야기할 수 있어 안전한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폐의약품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되는 이유는 약 성분이 땅에 매립되거나 하수구에 버려지면서 환경 오염과 수질 오염, 생태계 교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의약품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이 낮고, 배출 시설이 부족한 지역도 많아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6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피임약 성분인 합성 에스트로겐의 경우 호수에 장기간·저농도로 노출된 뒤 정상적인 번식 일어나지 않기도 했다. 또한, 같은 지역에서 기형을 지닌 물고기가 생기거나 항생제 성분에 내성을 갖게 된 박테리아가 발견되기도 했다.

영국 요크대 등 국제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서울 한강 8개 지점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활성 약물 성분(API) 61종 중 23종이 검출되기도 했다. 한강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약물은 당뇨약 성분인 ‘메트포르민’이었고, 간질 발작 치료용인 가바펜틴이나 통증치료제인 프레가발린 등도 검출됐다.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은 효과를 보장할 수 없고 성분이 변질됐을 가능성이 커 폐기해야 한다. 이러한 폐의약품은 보건소나 약국, 주민센터에 비치된 별도의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국내 가정 내 폐의약품 회수처리사업은 2008년 환경부 등 7개 기관·단체가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뒤 2010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2017년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지정돼 별도 전용 수거함을 통해 지자체 의무수거 후 안전처리가 제도화됐다.

현재 서울시와 세종시, 전남 나주시에서는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센터나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배부하는 전용 회수 봉투나 일반 우편봉투, 비닐봉지 등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어 가까운 우체통에 넣는 방식이다. 다만, 물약이나 시럽제 등 액체형 의약품은 우체통에 넣어선 안 된다.

문제는 폐의약품 분리배출 제도에 국민들의 인식이 낮다는 점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해 6월 서울·경기와 광역시 시민 82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폐의약품 분리배출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시민은 60.1%였다. 폐의약품 분리배출이 설치된 곳에 배출한 경험이 있는 시민은 전체의 36.0%에 불과했다. 분리배출을 알고 있는 주민 중 폐의약품 분리배출을 실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82.6%가 ‘귀찮고, 분리배출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원순환연대는 “수거함 설치 시 접근이 쉬우면서 폐의약품 오남용을 관리할 수 있는 곳을 대상으로 분리배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분리배출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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