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라이센스 필수조건 등 장벽 낮춰야
대표적인 ‘반려인’인 윤석열 대통령이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한 이후 동물권 향상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대통령이 ‘밀어주고’ 있는 정책임에도 펫보험 시장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소비자의 관심이 부족한 데다 비표준적인 진료 체계가 관련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라는 지적이다.
1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8%에 머물러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수의업계의 반발과 무관심, 인보험 중심의 규제 적용 등으로 활성화가 지연된 것이다.
보험업계는 펫보험 상품 개발에 관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펫보험은 ‘실제 부담한 손해액’만을 보장하는 실손형 보험 형태만 만들 수 있다. 상품개발 자체의 제약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상품이 나올 수 없다는 설명이다.
A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입과 다양한 상품개발을 위해서는 상품 개발의 범위 확대와 요율 산출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리스크가 큰 상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인보험보다 더 유연하게 사후 관리가 가능한 위험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펫보험 판매 자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펫보험 전문 대리점을 설립하기 위해선 설계사 라이센스 획득이 필수 조건이다. 이로 인해 사업 진출을 포기하거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판매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펫보험 상품만 판매 가능한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의 허용 범위에 장기 펫보험이 추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판매 자격 조건의 진입 장벽을 낮춰 판매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펫보험의 경우 상품이 단순해 굳이 대면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면 설명 의무 △금융소비자 보호법 등 고객 보호를 이유로 인보험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실정이다.
B보험사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판매자와의 소통과 설계사 대면 의무 면제 등 소비자를 고려한 펫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펫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 방지 방안도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반려견의 등록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동물의 신원 확인이 불가능해 등록번호의 중복 발급과 누락의 위험이 존재한다. 질병에 따른 청구력이 있어도 계약자를 바꿔서 다시 펫보험에 가입하면 조회가 어려워 인수심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고유 생체정보를 포함한 동물등록 제도를 의무화하고 동물의 신원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의업계에 제공하는 보상 역시 중요하다. 수의업계는 동물병원 진료비 청구 간소화 시스템 도입 등으로 반발감이 높아진 상태다. 보험사가 직접 동물병원에 시스템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한 동물병원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C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수의법상 동물병원은 진료부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보험 청구 내용에 대한 진위여부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반려인이 동의할 경우 진료부 조회가 가능토록 하고 수의사의 진료부 임의 수정과 삭제를 방지하는 법률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