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구조 변화에 성장세 정체
낮은 개발 성공 가능성…실적으로 이어질진 미지수
인구 감소로 내수 성장 침체에 직면한 국내 식품기업들이 잇달아 바이오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대 수명 증가로 차세대 신약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도다. 각 업체들은 유망 바이오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한편 관련 연구개발(R&D) 투자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는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인 실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과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사들이 최근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오리온은 최근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항체약물결합체) 기술력을 보유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코켐) 지분 25.73% 인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ADC 항암제는 정상 세포가 아닌 종양 세포만을 표적해 사멸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 투자는 이전부터 꾸준히 계속돼 왔다. 2018년 신사업 중 하나로 건강에 주목하면서 간편 대용식, 음료,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2020년 10월에는 중국국영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합자법인을 설립하고 암 체외진단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어 2021년 11월 중국 현지에 암 체외진단 제품 양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재 병원 임상을 진행 중이다. 또 2022년 2월에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 백신, 같은 해 11월에는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 투자계약을 체결,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도 바이오에 집중해 미래 성장 동력을 꾀하고 있다.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한국콜마에 매각한 지 3년 만인 2021년 바이오기업 천랩을 인수해 제약·바이오 사업을 재개했다. 천랩은 작년 1월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바꾸고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R&D에도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몸속 미생물 생태계를 활용해 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10건을 확보하고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해 글로벌 1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대상 또한 2021년 바이오기업 ‘대상 셀진’을 설립, 화장품·의약품 제조 판매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대상 셀진의 주요 사업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단백질 의약품 개발 등이다. 클로렐라를 활용한 의료 소재도 주력이다.
바이오 사업에 나선 기업들 중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곳은 없다. 바이오 사업의 특성상 R&D를 하더라도 의약품 개발 성공률이 극히 낮고,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상용화까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기존 식품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오리온 또한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 발표 다음날 ‘52주 신저가’로 주가가 바닥을 치기도 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리온은 중국 내 난치성치과치료제 개발 기업 오리온바이오로직스와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하는 등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만큼 이번 레코켐 인수 후 행보를 지켜볼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