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본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이달 들어 15일 까지 총 3695억 원어치 발행됐다. 1년 전 같은 기간(1501억 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발행 ELS 종목 수 역시 같은기간 100개에서 168개로 68% 증가했다.
이는 3년 전 홍콩 H지수가 고점을 찍었던 2021년 당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불티나게 판매됐던 흐름과 유사하다. ELS는 각국 주가지수 또는 특정 종목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계약기간 동안 지수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문제는 지수가 고점을 찍은 시점에서 판매되는 ELS 물량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지수 가격이 높을 때 오히려 ELS 발행이 증가하는 것은 하락 가능성을 낮게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고점에서 투자하고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발행잔고를 보면 H지수가 1만 포인트를 넘겼을 때 발행된 물량 비중이 전체 물량의 70%(10조7860억 원)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홍콩 H지수가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초 1만3700대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가입 기간 3년 중 한 번이라도 지수가 7500 아래로 내려갈 경우 원금과 약정 이자를 모조리 잃게 된다.
홍콩 H지수는 2022년 10월 4938까지 떨어져 이날까지도 5000선을 맴돌고 있다. 이때 발행된 H지수의 만기 상환은 모조리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체 ELS의 주를 이루는 스텝다운형 ELS는 상단은 막혀 있어 제한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반면, 하단은 무한대로 열려 있다.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 증시가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닛케이225지수의 하락에 따른 ELS 손실 가능성도 깊어지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전날에도 장중 3만6000포인트를 돌파하며 1년 전(2만5716)과 비교해 약 40% 급등했다. 이는 1990년 2월 이후 약 35년 만의 기록으로 유례없는 고점을 찍고 있는 일본 증시가 급락세를 연출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와 증시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ELS는 고점에서 진입하는 것보다 지수가 하락할 때 사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