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출혈 경쟁 격화…“가격 인하만이 살길”

입력 2024-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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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독일서 주력 모델 가격 인하
테슬라도 유럽 시장서 가격 낮춰
보조금 축소ㆍ수요 둔화에 대응 나서
IRA 혜택 제외된 현대차도 캐시백 혜택

▲중국 베이징의 BYD 매장 앞 전경. (연합뉴스/EPA)

전기차 업계의 가격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세계 각국의 보조금 축소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에 가격 인하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전기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최근 독일에서 시장 판매가격을 15% 인하했다. 유럽 시장의 주력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는 기존 4만7000유로(약 6800만 원)에서 4만 유로(약 5800만 원) 이하로 가격이 낮아졌다. 독일 정부가 지난해 말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자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테슬라 모델 Y. (연합뉴스/AP)

BYD의 가격 인하에 테슬라도 뒤따라 유럽에서 가격을 낮췄다. 테슬라는 1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을 각각 9%, 8.1%에 해당하는 5000유로(약 730만 원)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롱레인지는 4만9990유로(약 7300만 원) 퍼포먼스는 5만5990유로(약 8200만 원)가 됐다.

테슬라는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에서도 가격을 최대 10.8% 인하했다. 앞서 테슬라는 중국에서 모델3와 모델Y 등의 판매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중국에서 가격 인하를 단행한 지 일주일 만에 유럽에서도 가격을 내린 것이다.

전기차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하는 전 세계적인 보조금 삭감 기조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독일, 영국,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다. 프랑스와 미국 등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 지급 규정을 강화하고 나섰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것도 가격 인하의 배경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도 미국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2024년형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에 대해 최대 7500달러(약 99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자사 전기차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자 회사 차원에서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기아 미국법인도 3월 4일까지 2023년형 및 2024년형 EV6와 니로 EV를 구매하는 개인 소비자에게 3000달러에서 최대 7500달러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EV6 2023년형을 구매하면 7500달러, 2024년형은 50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

폭스바겐도 최근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ID 시리즈 출고가를 최대 30%가량 인하하며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가격 경쟁은 당분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무분별한 출혈 경쟁으로 인해 전기차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전기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선 업체들이 자체 할인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전기차로는 돈을 벌기 힘든 상황”이라며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업체들이 일부 정리되면서 전기차 시장이 한 번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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