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치릅니다.
앞서 클린스만호는 1차전에서 바레인에 3-1 승리를 거두며 순항을 시작했는데요. 요르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로 한국(23위)보다 64계단 낮아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바레인(86위)보다도 순위가 낮고,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3승 2무 무패로 앞서죠.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최근 요르단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은 데다가 한국의 목표가 아시안컵 우승이기 때문인데요. 또 클린스만호는 지난 바레인전에서 대거 경고를 받았습니다. ‘설상가상’ 대표팀 주전 수문장 김승규가 부상으로 낙마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16강행을 조기에 확정 짓고 ‘경고 세탁’까지 가능한 경로가 있습니다. 클린스만호도 요르단전에서 이 방법을 노릴 전망인데요. 현시점에서 클린스만호가 보여줄 전략을 분석해봤습니다.
E조는 한국과 요르단을 포함해 바레인, 말레이시아로 구성돼 있습니다. 요르단은 16일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1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는데요. 골득실(요르단 +4, 한국 +2)에서 앞서면서 E조 1위를 달리고 있죠.
가장 큰 경계 대상은 빠른 측면 공격입니다. 요르단은 왼쪽 윙백 마흐무드 알마르디, 오른쪽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를 앞세워 측면을 압박하는데요. 알마르디는 빠른 발로 안쪽에 침투하면서 동료들에게 슈팅 기회를 창출해냅니다. 슈팅력도 좋아 대회 첫 경기였던 타지키스탄전에서는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원더골’을 썼고, 멀티골까지 기록하며 요르단의 4-0 완승에 앞장섰죠.
공교롭게도 클린스만호의 고심이 측면에 있기도 합니다. 바레인전에서 왼쪽 풀백으로 나선 이기제는 상대 공격수의 스피드에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볼 경합 6회 중 한 차례만 공을 따냈죠. 전반엔 상대의 옷을 잡아당기는 무리한 파울로 경고를 받았고, 1-0으로 앞선 후반 6분 실점 과정에서는 공격수를 놓쳤습니다.
고민을 더 깊어지게 하는 건 요르단 ‘에이스’ 알타마리를 상대하는 게 왼쪽 풀백이라는 겁니다. 알타마리는 타지키스탄전에서 페널티킥 득점을 포함해 2골을 책임진 선수입니다. 요르단 선수 중 유일하게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죠. 지난해 여름 프랑스 몽펠리에에 입단해 A매치 63경기 15골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기제, 설영우 등 수비수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힙니다.
요르단의 강점은 수비라인도 잘 깨뜨린다는 겁니다. 발이 빠를 뿐 아니라 상대 팀 수비수 뒤를 파고드는 시점을 포착하는 데 능한데요. 말레이시아전에서도 드리블을 통해 수비수를 제치거나 하프라인에서 한 번, 페널티박스에서도 한 번 수비라인을 무너뜨렸습니다.
이번 대회는 24개 팀이 출전해 4개 팀씩 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진행하는데요. 각 조 1, 2위, 그리고 3위 가운데 상위 4개 팀이 16강에 오릅니다.
한국과 요르단은 나란히 승점 3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바레인전의 여세를 몰아 요르단까지 제압, 승점 3을 추가하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게 됩니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를 가능성도 커지죠.
요르단전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말레이시아전에서 핵심 자원에 휴식을 줄 수도 있습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7경기를 치러야 하는데요. 주전 의존도가 높은 대표팀에는 휴식이 필수입니다. 만약 이른 시간 연승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 3차전에서 숨을 고를 여유와 함께 토너먼트를 일찍부터 대비할 기회가 생긴다는 거죠.
또 요르단전에서 일찍이 승기를 굳힌다면 ‘경고 세탁’도 고려해볼 만 합니다. 앞서 한국은 바레인과 1차전에서 손흥민, 김민재 등 5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경고를 받았습니다. 아시안컵에서는 옐로카드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나오지 못합니다. 경고는 8강까지 누적되며 4강부터 소멸하죠.
그런데 2차전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는 걸 이용한다면, 다음 경기인 말레이시아전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이후 16강전을 ‘제로 경고’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앞선 바레인전에서 한국이 3-1승을 거둔 데에는 멀티골을 작성한 이강인의 활약이 컸습니다. 골뿐만 아니라 특유의 드리블, 넓은 시야, 긴 전진 패스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는데요. 요르단전에서도 같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상대 수비 전력을 단번에 무너뜨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요르단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지만, 한국과의 경기에선 다른 전술을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이 이강인과 손흥민 등 더욱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손흥민은 물론이고 이강인을 향한 견제 역시 심화할 것으로 보이죠.
이에 최전방에서 격돌하는 조규성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조규성은 바레인전에서 선발 출전해 경기장을 폭넓게 누비며 좌우 측면과 후방에서 공을 받아냈는데요. 전방에서 상대 팀을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다만 골 결정력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72분간 2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로 이어지지 못했죠. 축구 통계 사이트들은 조규성의 2개의 슈팅을 모두 결정적인 득점 기회 상황으로 평가했는데요. 소파스코어는 그에게 대표팀 최저 평점인 5.9점을,풋몹도 6.4점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요르단은 월드컵 예선 등에서 세트피스 때 헤더나 문전 공격에 특히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침 클린스만호의 득점 공식 중 하나가 바로 조규성의 헤더라 기대를 걸어볼 만한데요.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도 이강인과 합동해 완벽한 헤더골을 작성한 바 있죠. 조규성은 “바레인전에서 득점 찬스가 있었는데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소속팀 일정이 지난해 12월에 끝나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면서도 “이제 몸이 풀렸다, 다음에 더 잘하겠다”며 득점에 대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제실로 클린스만호는 18일 진행된 요르단전 대비 훈련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공격적인 전술 훈련에 집중했습니다. 차두리 코치는 이날 선수들에게 전방을 향하는 터치와 빠른 전진 패스, 공간 침투를 강조하면서 요르단전에서 펼쳐질 공격 축구를 예고하고 나섰죠.
여기에 부상으로 낙마한 골기퍼 김승규의 자리도 채워야 합니다. 김승규와 함게 이번 아시안컵 출전 명단에 포함된 골키퍼는 조현우와 송범근입니다. 조현우는 2018 월드컵 당시 주전 골키퍼로 선방을 펼쳐 주목을 받았으나 김승규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기며 A매치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실전 감각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송범근도 A매치에선 1경기(홍콩전)밖에 경험이 없는 상황이죠.
바레인전에서 줄줄이 옐로카드를 받은 한국은 경고 관리에 힘써야 합니다. 특히 김민재를 비롯한 수비진은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서도 경고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요. 이에 전반 초반 기세를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찌감치 점수 차를 벌려야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요르단은 그 유명한 ‘침대 축구’를 자주 구사하는 팀 중 하나인데요. 침대 축구는 중동 지역의 전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 접촉에도 잔디 위에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주로 펼쳐지죠. 혹시 모를 진짜 부상 가능성에 심판 입장에서는 고의임을 알더라도 경기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스코어가 상대보다 앞선다고 해도 경기 맥이 끊기고,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이어진다면 체력을 크게 낭비하게 됩니다. 만약 골을 먼저 허용한 후 상대가 침대 축구에 나선다면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죠.
침대 축구를 차단할 방법은 간단합니다. 선제골이죠. 스코어를 초반부터 벌려놔야 상대의 시간 끌기 전술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요. 가능한 이른 시간에 선제 득점을 올리고 경기 주도권을 잡는 건 혹시 모를 변수를 봉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6강을 확정하고 경고를 세탁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우승까지 6경기를 더 소화해야 합니다. 요르단을 꺾고 조 1위로 진출한다면 D조 2위와 맞붙게 되는데요. D조에선 일본의 1위 진출이 예상됩니다. 일본은 역대 12번의 이라크전에서 7승 3무 2패로 우세를 점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이라크에 패배한 건 42년 전입니다. 일본은 17위, 이라크는 63위로 FIFA 랭킹 차이도 꽤 벌어져 있죠.
그런데 만약 일본이 이라크를 상대로 미끄러진다면 2승의 이라크가 조 1위, 일본이 2위가 돼 16강에서 바로 한국과 만납니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언젠가 만날 상대지만, 일찍 만난다면 서로가 부담인데요. 보다 순조로운 시나리오를 위해선 한국이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해야만 합니다. 그럼 D조 2위 가능성이 높은 이라크를 만나고, 8강에서는 이란을 만날 가능성이 크죠. 이란은 C조 1위로 16강 진출이 유력한데요. 최근 전력이 다소 약화했다는 평을 받긴 했으나, 한국의 발목을 8강에서 붙잡은 적이 많기에 경계해야 하는 상대입니다. 과거 이란과 한국의 아시안컵 8강은 체력 소모전 형태로 전개된 경우가 많았죠.
치열하게 전개될 경기를 대비해서라도 한국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요르단전에서 빠르고 압도적인 승리가 필수라는 건데요. 한국과 요르단은 20일 오후 8시 30분 격돌합니다. 중계 채널은 tvN·tvN스포츠로, 티빙과 쿠팡플레이에서도 동시 중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