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근로소득 증가율은 최하
불법 사금융 내몰려 파산 급증
2030 청년층 빚이 5060 부모세대를 넘어섰다. 이들 세대는 전 연령층 중 가장 돈을 많이 빌리며 부채 수준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 사회 첫발부터 학자금 대출과 카드 빚에 시달리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 결국 파산하는 청년층이 넘쳐났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요한 금융정책의 타깃층으로 청년을 지목한 배경이다.
22일 서울회생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개인회생을 신청한 20대 비율은 16.8%를 기록했다. 2020년 10.7%에 불과했던 20대 비율은 2021년 14.1%, 2022년 15.2%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아파트, 주식, 가상화폐에 묻지마 투자한 청년층이 높아지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청년층이 벼락 투자로 부채가 급증했다는 것은 여러 통계 수치에서 알 수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0대 이하 가계대출 잔액은 514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의 27.6%를 차지하는 규모다. 40대(28.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것뿐 아니라 50대(24.8%) 대출 규모도 뛰어넘는 수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 사회동향 2023’을 보면 20대 이하의 가구 부채는 2018년 2591만 원에서 2022년 5014만 원으로 증가했다. 부채 보유 비율은 50.8%에서 60.4%로 4년 만에 9.6%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30대 가구도 부채 보유액이 8088만 원에서 1억1307만 원으로 약 40.0% 증가했다.
반면 20대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2021년 기준 20대 가구의 연 소득은 3114만 원으로 60대 이상 노인 가구 소득(3189만 원)에 못 미쳤다.
경기 둔화에 고금리마저 겹친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청년층도 가파르게 늘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빚이 너무 많아 갚기 어려운 20대 청년들이 개인 워크아웃을 통해 빚을 탕감받은 사례는 5년 새 최대 수준(4654명)을 기록했다. 개인 워크아웃이란 신용회복위의 중재를 통해 빚을 최대 90%까지 줄여주고 이자부담도 낮춰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 대부분은 학자금 대출부터 손을 댔다. 학자금 대출은 상환 부담이 비교적 적지만 최근 청년 실업 문제가 악화하자 대출을 갚지 못한 청년이 늘어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차주가 갚지 못해 회수하지 못한 학자금 대출은 2022년 기준 274억8900만 원으로 2021년(118억6200만 원) 대비 13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을 못 갚은 인원도 2218명에서 4778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2금융권과 대부업에서 대출받는 20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금융권의 금리가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과도한 빚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 주거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빚을 지게 되고 제도권 금융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끝내 불법 사금융의 문까지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부채가 전반적인 가계부채 상승은 물론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돼 경기가 침체되며 청년들의 취업난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빚과 이자 부담이 늘어나 청년의 상환 능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