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10대 그룹의 회사채 만기 물량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다. 10대 그룹의 회사채(여전채 포함) 발행 잔액은 185조 원에 달한다. 특히 금리정점에 다다르고도 기업 자금 조달금리는 내릴 줄 모르는 가운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에 짓눌려 자금 조달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사(삼성·SK·현대차·LG·포스코·롯데·한화·GS·HD현대·신세계)의 19일 기준 회사채 발행 잔액은 185조1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총 10조6800억 원이다.
그룹사 별로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발행잔액이 46조82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서 SK(43조3700억 원), 롯데(22조5000억 원), LG(17조6000억 원), 삼성(15조2100억 원) 순이다. 이밖에 한화(9조8000억 원), 포스코(8조7600억 원), GS(7조5200억 원), 신세계(6조9600억 원), HD현대(6조5900억 원) 등은 10조 원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리스크에도 연초 채권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금리 레벨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금리 강세를 보이는 구간은 1년 미만 단기물, 공사채 또는 은행채 초우량 등급으로 한정되면서다.
비우량 신용등급 또는 장기물에서는 상대적으로 금리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 하위등급에 대해 장기간 투자하는 것은 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하위등급에서 크레딧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향후 리스크 예측이 불확실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눈에 띄는 부분은 1년 새 회사채 잔액을 늘린 그룹사들이다. 한화 그룹은 1년 전 8조2000억 원에서 올해 9조8000억 원으로 1조6000억 원가량 부채가 늘었다. LG 그룹은 16조5000억 원에서 약 1조1000억 원이, 신세계 그룹은 5조9600억 원에서 1조 원이 증가했다.
LG그룹의 만기액에는 LG유플러스(4조4800억 원)와 LG에너지솔루션(1조2000억 원)의 공모채 발행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섰던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에서 약 5조 원 가까운 금액이 몰리면서 당초 신고금액(5000억 원)의 2배인 1조 원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LG유플러스 역시 안정적 통신사라는 강점을 내세워 시장 경색 국면에서도 조 단위 투자 금액이 몰리면서 흥행을 거뒀다.
반면 한화 그룹의 회사채는 수익성이 부진한 계열사와 지주사를 통한 조달 구조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1조7210억 원→2조1210억 원), 한화(1조3770억 원 →1조4500억 원), 한화생명(9000억 원 →1조4000억 원) 등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 부문 약세로 수요 부진이 이어진 바 있다. 다만 4분기 들어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2032년까지 8년간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 전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신세계 그룹 역시 내수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한 유통 및 건설 업종 계열사 위주로 차입금이 대폭 늘었다. 이마트(3조200억 원→3조3200억 원), 이마트24(1800억 원→2050억 원), 신세계프라퍼티(3900억 원→6900억 원), 신세계센트럴시티(4800억 원→5600억 원) 등이다. 신세계(1조2400억 원→1조4900억 원) 지주사와 신세계건설(1900억 원 →3400억 원)도 상환 부담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