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기 연속 역성장 우려…1998년 이후 최장 침체기 오나
AI 경쟁서도 뒤처져…‘혁신의 아이콘’ 명성 퇴색
S자 고착화 전 돌파구 찾아야…新성장동력 필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애플이 아이팟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후 최대 위기에 맞닥뜨렸다”고 짚었다. 계속되는 매출 둔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등으로 고전하면서 연초부터 주가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급기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뉴욕증시 대장주인 애플을 누르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애플이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플은 작년 전 세계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3조 달러(약 4040조 원)의 벽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각종 악재에 직면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다.
특히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강등하면서 이러한 우려에 불을 지폈다. 올해 들어서만 바클레이스, 파이퍼샌들러, 레드번애틀란틱에쿼티스가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했다. 파이퍼샌들러의 하쉬 쿠마르 수석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올해 상반기 아이폰 재고를 우려하고 있으며 판매량 증가율도 정점으로 느껴진다”며 “중국 내 거시적 환경 악화 역시 아이폰 부문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진한 실적은 애플의 최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애플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 감소했다. 애플의 매출은 2022년 말부터 4분기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 11월 2023년 4분기 매출 전망에 대해 “전년 동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조만간 발표되는 애플의 작년 4분기 실적도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지난해 4분기 매출도 줄어들어 5분기 연속 역성장하게 되면, 고(故) 스티브 잡스가 파산 위기에 놓인 회사를 구하기 위해 복귀한 다음 해인 1998년 이후 가장 긴 침체기를 기록하게 된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의 니콜 펭 수석 부사장은 “경쟁이 심화하고 애플 사용자들이 자신이 쓰는 제품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가운데, 애플은 특히 중국에서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 점에서 이번 가격 할인은 그리 놀랍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생성형 AI 혁명을 주도하는 MS와 달리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명성이 퇴색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애플이 AI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며 “이는 소비자 기술 부문의 최고 혁신자를 자처하는 애플에 주요한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MS, 아마존, 삼성전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경쟁 기업들이 AI 중심의 새로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생성형 AI 경쟁에서 수년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올해 애플의 최대 도전 과제로 ‘AI 경쟁’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성장이 성숙화 단계에 접어드는 ‘S자 곡선’에 들어서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S자 곡선이란 고성장세였던 기업이나 산업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매출 추이가 S자 형태를 띠는 것을 말한다.
분석가들은 S자 곡선이 고착화하기 전에 새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은 앞으로 극적인 성능 향상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신성장동력이 필요해 보인다. 애플이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인 ‘비전 프로’는 최소 내년까지 실질적으로 매출에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AI 기술을 어떻게 성장에 접목할지 등 생성형 AI 비전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도 아직은 불분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