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허리케인 이언 강타 계기로 활기
재난 위험에 투자하는 캣본드가 헤지펀드계에서 작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허리케인, 사이클론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미적분학이 테낙스캐피털, 탄젠시캐피털, 페르마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의 회사에서 운용하는 펀드에 작년 기록적인 수익을 안겨줬다는 설명이다.
공개 자료, 외부 추정치, 펀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세 회사의 펀드가 모두 벤치마크의 두 배가 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글로벌 대체투자시장 리서치 전문기관 프레킨과 스위스 재보험사 스위스리에에 따르면 작년 캣본드의 수익률은 19.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헤지펀드와 보험연계증권(ILS)의 수익률이 각각 8%와 14.4%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보험사는 태풍과 같은 거대 재해에 대한 위험을 자본시장으로 전가, 손실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보험연계증권(ILS)의 일종인 캣본드를 고안했다. ‘캣(Cat)’은 대재해(Catastrophe)의 준말이다.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허리케인, 터키 및 일본의 지진, 유럽 폭풍우, 호주 사이클론 등이 보험 대상이 되는 리스크다.
재해가 발생하면 투자자는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대신 계약상 미리 정의된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된다.
테낙스의 애널리스트인 토비 푸그는 “1990년대에 캣본드가 탄생한 이래로 이런 수익률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2019년, 2020년에 캣본드의 수익률은 저조했지만 플로리다에 2022년 9월 역대급 허리케인 이언이 강타한 것을 계기로 캣본드 시장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아르테미스에 따르면 캣본드 발행 규모는 작년 16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난 위험 모델링의 선구자인 카렌 클라크는 극심한 대류성 폭풍, 겨울 폭풍, 산불 등 이른바 2차 위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여기에 수요와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캣본드는 투자 대상이 사이버 재난까지 확장되고 있다. 작년은 기업 경영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외부 위협 중 하나로 꼽는 사이버 재난을 기반으로 한 채권을 공개 시장에서 투자자가 구매할 수 있게 된 최초의 해였다.
재난 보험사인 스위스 리의 모니에는 “캣본드가 작년에 큰 성공을 거뒀다”면서 “월스트리트에서는 아직은 사이버 재난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가 한정되어 있지만, 다음 단계는 수용 범위가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 리 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캣본드 규모는 지난 6년 동안 매년 약 4%씩 성장했으며(인플레이션 조정), 이는 자연재해에 대한 노출 정도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테낙스캐피털은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따라 올해 캣본드 채권 수익률이 작년의 18%보다는 낮은 약 10%에서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필라캐피털의 그레그 해굿은 “올해 허리케인이나 지진이 발생할지 여부는 분명히 말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캣본드의 스프레드가 역사적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대체로 시장이 위험에 대해 충분하게 보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