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문제 해결 차원에서 부처별 업무보고 대신 추진한 '민생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 의견을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연초부터 준비했으나, 네 차례에 걸친 앞선 일정과 달리 이날은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22일 오전 서울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리는 민생토론회에 윤 대통령이 불참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토론회는 '생활규제 개혁'을 주제로 열린 다섯 번째 시간으로, 윤 대통령 불참에 따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대신 진행했다.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 대통령실 주요 참모는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예정된 민생토론회에 불참한 이유로 대통령실은 '건강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감기 기운이 있어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이 해가 될 수 있어서 불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거취 문제'를 두고 충돌한 데 따른 여파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오후 한 비대위원장과 만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한 비대위원장은 22일 사퇴 요구 문제에 대해 거론한 뒤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한 비대위원장 사퇴 종용 이유로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문제에 대해 이른바 '사천(私薦)' 논란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 한 비대위원장이 사과론에 힘을 실은 문제도 사퇴 종용 이유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21일 심야에 관저로 모여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비대위원장 사퇴 종용 문제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더해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 이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는 입장도 냈다. '사천' 논란에 대통령실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부처별 업무보고를 대신해 진행한 민생토론회에 대해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들으면서, 민생 문제 해결에는 역시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원하는 과제를 중심으로 부처 간에 벽을 허물고 긴밀하게 협업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방 실장도 22일 주재한 민생 토론회에서 "효용성이 없고 차별적인 규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폐지, 도서정가제 개선,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조정 등 규제 개선을 예고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생활 규제 개혁'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 불참하면서 그간 강조한 규제 개혁 현안을 외면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