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대급 더위’라더니…-20도 ‘북극 한파’ 찾아온 이유는 [이슈크래커]

▲수도권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22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고드름이 얼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날 아침 전국 아침 기온은 -11도~0도 사이로 전날보다 5~10도나 낮았습니다.

오전 8시 기준 주요 도시 기온은 △서울 -8.6도 △인천 -9.1도 △대전 -4.9도 △광주 -2.2도 △대구 -0.5도 △울산 0.8도 △부산 1.6도였는데요. 낮 기온도 대부분 지역 기온이 영하에 머물면서 추위가 이어졌죠.

그런데 추위의 절정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23일 아침 최저기온은 오늘보다 5~10도 떨어져 -18도와 4도 사이에 불과하겠는데요. 낮 최고기온도 높아야 1도가량을 보이겠습니다.

강추위가 덮친 건 한국만이 아닙니다. 미국에는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한파가 지난주 찾아왔죠. 한 주 사이 89명이 사망할 정도였습니다.

지난여름엔 전국 평균 기온은 물론 강수량과 폭염 및 열대야 일수 모두가 평년 기록을 넘어선 바 있는데요. 겨울이 되니 정반대로 극강의 한파가 몰려온 모습입니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를 기록하는 등 강추위가 찾아온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일대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기상청에 따르면 화요일인 23일에는 아침 최저기온이 -18~-4도, 낮 최고기온은 -9~1도로 예보됐습니다.

평년(최저 -10~0도, 최고 2~8도)보다 기온이 4~8도 낮겠고, 22일과 비교하면 하루 새 기온이 최고 7도 내려가는데요. 21일과 비교하면 이틀 만에 기온이 최대 18도 떨어지는 겁니다.

주요 도시 예상 최저기온은 △서울 -14도 △인천 -13도 △춘천 -16도 △강릉 -11도 △대전 -10도 △대구 -9도 △전주 -8도 △광주 -7도 △부산 -7도 △제주 0도입니다. 강원·내륙 산지의 기온은 -18도까지 떨어지겠고요. 낮 최고기온도 △서울 -7도 △인천 -8도 △춘천 -6도 △강릉 -4도 △대전 -5도 △대구 -2도 △전주 -5도 △광주 -3도 △부산 1도 △제주 2도로 추울 전망입니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겠습니다. 서울은 무려 -20도에 육박하는 등 매서운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한파는 현재 북반구 대기 상층에 몽골 서쪽과 베링해 쪽에 고기압이 각각 자리해 공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걸 막고 있는 데 따른 겁니다. 북쪽의 찬 공기가 두 고기압 사이 통로를 통해 한반도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건데요. 지상에서는 중국 북부지방에서 대륙고기압이 세력을 넓히면서 국내로 찬 북서풍을 유입시키는 중입니다.

이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듯한 서해 해수면을 지나면서 눈구름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강한 북서풍이 서해를 지나면서 해기차(해수면과 대기의 온도 차)로 인해 만들어진 눈구름대가 유입돼 충청·전라권을 중심으로 대설 특보까지 내려졌는데요. 22일부터 23일까지 △수도권 1~3㎝ △강원도 1㎝ △충청권 2~7㎝ △전라권 5~15㎝ △제주 10~20㎝ 등의 적설이 예상됩니다. 많은 곳은 전북서부·전남서해안 20㎝ 이상, 제주산지 30㎝ 이상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이죠.

이에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로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습니다. 중대본은 24일까지 서해안을 중심으로 강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도로 제설과 함께 이면도로나 보행로 등 후속 제설을 철저히 실시할 것을 당부했죠.

이번 한파는 수요일인 24일까지 지속되겠습니다. 이후 기온이 점차 오르겠지만, 평년 기온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은 주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은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와 어린이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급격한 기온 변화와 낮은 기온으로 인한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며 “수도계량기, 노출 수도관, 보일러 등 보온 상태를 점검하고 동파에 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오차드 파크의 하이마크 스타디움에서 직원이 눈을 치우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을 강타한 한파는 인명 피해까지 낳았습니다. 80여 명이 눈길 사고나 저체온증 등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1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미국에 강풍과 눈을 동반한 북극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한 주간 사망자가 89명 발생했습니다.

특히 테네시주와 오리건주에서 각각 25명, 1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사망자는 일리노이·펜실베이니아·미시시피·워싱턴·켄터키·위스콘신·뉴욕·뉴저지주 등에서 추가로 보고됐습니다.

주된 사망 요인으로는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과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이 지목됐습니다. 사망자가 보고된 주에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주 정부는 운전자에게 안전 운전과 함께 불필요한 운전을 피하라고 권고했죠.

지난주 미네소다주 북동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35.6도까지 떨어졌습니다. 노스다코타주 일부 지역의 체감온도는 무려 -56도에 달했는데요. 서부 오리건주에서는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4만5000명 이상이 정전을 겪어야 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캘리포니아·뉴멕시코·인디애나주에서도 정전 사례가 보고됐고, 인디애나주 일부 지역에서는 81㎝가 넘는 눈이 쌓였습니다.

미국의 한파는 국내 추위와 원인 면에서 유사합니다. 고기압 때문에 대기 상층의 동서 흐름이 막히면서 북극과 캐나다의 찬 공기가 남하해 기록적인 한파를 일으킨 겁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ISGLOBAL) 호안 발레스테르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지난해 7월 11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2022년 5월 30~9월4일까지 유럽 내 사망자들의 사인 분석 결과 6만1672명이 폭염으로 인한 열 때문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0일 프랑스 파리의 튈르리 정원의 모습. (AP/뉴시스)

이번 한파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분석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심화한 지구 온난화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실로 지구 평균 기온은 쉴 새 없이 오르는 중입니다.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14.98도로, 산업화 이전보다 1.45도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한 인류 목표인 ‘1.5도’ 선에도 육박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연 평균 기온 역시 13.7도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죠.

온난화로 북극이 따뜻해지면 찬 공기가 남하해 혹한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지구 날씨는 대기 상공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공기의 물결인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흔들리면 북극발 찬 공기를 북미, 유럽, 아시아로 밀어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우드웰 기후 변화 연구소의 제니퍼 프랜시스는 “북극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3~4배 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북극이 따뜻해지면 텍사스처럼 추위에 대처할 수 있는 장비가 부족한 지역에 혹독한 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밝혔는데요. 이어 “급속한 북극의 온난화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가장 분명한 영향 중 하나이며, 지구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더라도 겨울철 극한 한파가 닥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부연했습니다.

극소용돌이가 한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극소용돌이는 북극이나 남극 등 극지방의 성층권 상단에 위치한 띠 모양의 강한 바람을 말하는데요. 이는 매우 빠르게 회전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게 됩니다. 그런데 소용돌이가 방해를 받고 경로를 벗어나거나 모양이 뒤틀리면, 가두고 있던 찬 공기를 쏟아내면서 제트기류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기상학자 유다 코헨은 “극소용돌이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한파가 더 심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며 “현재 알려진 것은 극소용돌이가 고무줄처럼 늘어날 때 미국에 극심한 추위가 덮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월에 극소용돌이가 극단적으로 확장되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