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는 꽤 충격적인 내용으로 최근 중국 연구진이 게놈에 변이를 일으켜 실험동물에서 100% 치사율을 보이는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2022년 국내에서 거리두기가 풀리며 병원성이 낮아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때도 수만 명이 사망했는데, 이런 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간다.
그런데 왜 과학자들 스스로가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실험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중국 당국은 왜 이런 시도를 막지 않는 것일까. 음모론이라고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도 이런 식으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든 바이러스가 유출돼 시작한 것 아닐까.
먼저 뉴스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중국 연구자들이 학술지에 싣기 전 바이오 아카이브라는 사이트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이 치명적인 변이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배양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여러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즉 천산갑에서 분리한 코로나바이러스(GX-P2V로 명명)의 변이체로, 게놈 일부가 손실된 상태다. 이 변이 바이러스를 사람의 수용체 유전자를 지닌, 즉 인간화된 생쥐에 감염시키자 수일 만에 100% 죽었다는 것이다. 사람도 감염되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배양 과정에서 우연히 일어난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이런 변이가 나올 때까지 의도적으로 반복 배양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바이러스나 세균의 게놈에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기능(이 경우 고병원성)을 갖게 하는 것을 ‘기능 획득(gain-of-function)’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만에 하나 유출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병원체 기능 획득 연구를 하는 걸까.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사전에 막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에 치명적인 신종 병원체가 나타났을 때 설사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언젠가 감염성이 큰 변이가 나타나 팬데믹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실험실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백신이나 치료제 등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1년 미국과 네덜란드의 두 연구팀이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게놈을 조작한 뒤 반복 감염을 통해 추가 변이를 일으켜 독감 연구에 널리 쓰이는 포유류인 페럿(흰담비)에 쉽게 감염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 큰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두 연구 모두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를 받은 것이어서 비난이 더 컸다.
이듬해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이들의 논문에 실리자 “치명적인 팬데믹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만드는 처방을 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이 들끓었고 결국 독감 연구자들은 기능 획득 연구 모라토리엄(일시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 뒤 관련 법령이 정비됐고 좀 더 엄격한 관리 아래 병원체 기능 획득 연구가 재개됐다.
지난 10일 미국 위스콘신주 의회에서는 병원체의 기능 획득 연구를 규제하는 법령 제정에 관한 청문회가 열렸다. 참고로 2011년 조류독감 바이러스 기능 획득 연구를 한 기관 가운데 하나가 위스콘신대다. 미래 팬데믹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유출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병원체 기능 획득 연구를 하는 게 정말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청문회로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중국 과학자들이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뉴스가 부정적인 기류를 강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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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와 함께 천산갑(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의심받고 있다. 최근 중국 과학자들은 천산갑에서 분리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반복 배양해 인간화된 생쥐에 치명적인 변이체를 얻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제공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