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거취 문제로 정면충돌한지 이틀 만에 충남 서천 화재현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23일 오후 1시쯤 한 위원장은 전날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했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잠시 차 안에서 대기하다, 40분 뒤쯤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마주하자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그런 뒤 한 위원장의 어깨를 살짝 툭 치는 등 친근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소방본부장의 화재 진압 상황보고를 듣기 위해 나란히 걸어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이 고개를 돌려 특정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한 위원장도 그곳을 주시하며 짧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들은 함께 검게 그을린 시장 곳곳을 순찰하고 점검했다. 윤 대통령이 소방본부장과 대화를 나누면, 한 위원장은 주로 옆에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로 당정 간 충돌이 불거진 후 이틀 만에 이뤄졌다. 정치권 내에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되는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로부터 사퇴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사퇴 요청을 즉각 거부하면서 정면충돌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는 한 위원장이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을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내보내겠다고 공개 발언한 데 대해, ‘사천’(私薦)이 우려된다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기에 한 위원장이 전날(22일)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워 두 사람 사이의 갈등설이 급속도로 확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