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건설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다. 작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고조됐던 투자자들의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내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조4000억 원 이상의 건설사 회사채가 대부분 큰 문제 없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날 16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총 6850억 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현대건설이 업계 최상위 신용등급(AA-)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확산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은 것이다.
이에 대해 최성종 NH투자증권 대체투자전략팀장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고 시장의 우려가 큰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연말·연초 극도로 위축됐던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지금은 어느 정도 개선된 상태"라며 "현대건설 수요예측 결과는 자체 신용등급이 높다는 특수성과 함께 이런 분위기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PF 우발 채무 관련 우려가 지속되자 이달 초 보도자료를 통해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미착공 PF 3조2000억 원 중 2조4000억 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으로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조달 구조로 연장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동부건설도 작년 4분기 30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PF 우발채무 규모도 매우 낮아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세계건설은 그룹과 금융권을 통해 총 2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 회사채도 상당 부분 무리 없이 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팀장은 "최근 더블A 등급이 수요예측에서 1조 원 이상을 모으는데 현대건설은 이보다 적은 수요가 들어왔다는 점에서 건설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라면서도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큰 건설사가 아니라면 시장에서 모집 금액을 채우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의 회사채 만기 규모는 약 2조3700억 원이다. 등급별로는 A급이 약 1조88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AA급은 1400억 원, BBB급은 3500억 원 정도다. 다음 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1조4200억 원이다.
건설사들은 재무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한신공영은 다음 달 만기를 앞둔 총 1350억 원의 회사채 중 일부는 상환하고 나머지는 차환하기로 금융기관 등과 협의를 마쳤다. KCC건설은 500억 원 규모의 4월 만기 회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 보증을 받아 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1분기 635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데 은행대출과 공모사채 발행으로 차환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다음 달 3980억 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1300억 원 규모의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회사채 공모에 나서는 건설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공모를 위해 이달 초 준비를 하다가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서 일단 보류했었다"며 "이제는 조금 나아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시 도전을 고려해볼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