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햄프셔 경선서 또 승리…대세론 굳혀가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프라이머리가 치러지는 뉴햄프셔주 런던데리 유세장에 도착해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런던데리(미국)/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치러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개표율 91% 기준 54.8%의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며 상승세를 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43.2%의 득표율로 2위에 그쳤다.

뉴햄프셔주는 첫 양자 대결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의 초반 승부처로 꼽혔던 지역이다. 중도·무당층이 많은 지역인 만큼 헤일리 전 대사의 반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온건·무당파의 지지를 받는 헤일리 전 대사는 이곳에서 첫 승을 따낸 뒤 기세를 몰아 다음 경선지이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역전승을 이루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판세는 일찍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다. 투표가 끝나기가 무섭게 주요 언론들은 자체 분석을 바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다. 헤일리 전 대사 본인 역시 투표 종료 이후 20여 분 만에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보수 공화당원들이 강하게 결집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체제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번째 경선인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경선 초기부터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에 바짝 다가섰다.

반대로 헤일리 전 대사는 많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1976년 이후 공화당 경선 1·2차전에서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로 지명된 사례는 없다. 민주당의 경우 2020년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4차전에서 첫 승을 거둔 뒤 최종 대선후보가 됐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초반 승패가 갈린 뒤 뉴햄프셔주 내슈아 선거본부에서 승리를 기념했다. 그러면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2위를 해놓고도 물러났는데, 헤일리 전 대사는 3위를 했는데도 아직 떠나지 않았다”고 비아냥댔다. 이어 “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쉽게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콩코드(미국)/AP연합뉴스

이번 공화당 예비선거는 초반에 후보자가 두 명으로 압축되는 이례적인 전개가 펼쳐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승한 뒤 사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와 디샌티스 주지사가 잇따라 중도 하차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날 뉴햄프셔주에서 치러진 민주당의 비공식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저녁 내 이름을 적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명확해졌다”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달 3일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를 첫 공식 경선지로 정했지만, 뉴햄프셔는 ‘전국 첫 프라이머리 개최’를 주법으로 못 박고 있어 민주당에서도 비공식 경선이 이뤄졌다. 바이든은 아예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이 이름을 직접 쓰는 방식으로 70%에 육박한 몰표를 줬다.